고혈압약 '부메타니드', 자폐증 증상에 효과

2018-05-11     의약뉴스 이한기 기자

자폐증 증상과 연관된 신경세포 내 불균형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의약품이 발견됐다.

미국 노스웨스턴 메디슨(Northwestern Medicine)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혈압약 부메타니드(bumetanide)가 자폐증 관련 유전질환에 대한 쥐 모델에서 과흥분을 유발하는 신경세포 내 이온 불균형을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 책임저자인 아니스 컨트랙터 생리학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증후군성 자폐증인 취약 X 증후군 환자들이 경험하는 감각 과민이 조기 발달 과정에서 신경세포 내 염화물 수치 상승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컨트랙터 교수는 “일부 취약 X 증후군 또는 자폐증 환자는 감각 처리 면에서 변화를 경험한다”고 부연했다.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적 돌연변이는 대부분 매우 드물지만 취약 X 증후군 환자에서는 X 염색체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점 때문에 감각 과민을 포함해 특정 자폐증 양상에 대한 실험 모델로 취약 X 증후군을 선택했다.

앞서 컨트랙터 교수 실험실의 연구진은 취약 X 증후군 증상에서 세포 내 염화물의 역할을 밝혀낸 바 있다. 세포 내 염화물은 신경전달물질 신호전달을 위해 중요하지만 농도가 높을 경우 비정상적인 흥분을 유발하고 발달상 결정적 시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 결정적 시기는 필수적인 신경회로가 형성되는 조기 뇌 발달 단계로 이 시기가 더 빨라지거나 늦어질 경우 뇌 회로 형성 과정에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쥐에 대한 실험을 통해 취약 X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과흥분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흥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출생된 쥐에 2주 동안 부메타니드를 투여했다.

컨트랙터 교수는 부메타니드가 혈압 외에도 신경 염화물 수송체와 세포 내 염화물 유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취약 X 변이 쥐의 세포 내 염화물 농도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적 시기가 정확한 때로 돌아오면서 좀 더 일반적인 시냅스 발달이 이뤄진 것으로 관찰됐다.

컨트랙터 교수는 “발달 초기에 이 의약품을 투여할 경우 결정적 시기 동안 시냅스 발달을 교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인 쥐에서 관찰되는 감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염화물 교정 또는 신경전달물질 신호전달 교정이 사람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컨트랙터 교수에 의하면 세포 내 염화물 수치 상승은 취약 X 증후군, 자폐증 외에도 다양한 발달 장애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컨트랙터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다운 증후군, 소아 간질 등에서도 관찰됐기 때문에 좀 더 일반적인 질병 유발 기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달에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