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몸은 충만했고 마음은 솟구쳐 올랐다

2018-05-08     의약뉴스

그 날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무언가 기대했던 것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부대는 포상자를 선정했다. 종이쪽지에 불과한 것을 남발하는 것은 이럴 때 필요했다. 그것을 받은 대원들은 사기가 충천했다.

마치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기세가 역력했다. 늘어선 시체 앞에서 그들은 착검한 총검으로 다시 한 번 죽음을 확인했다. 죽은 시체는 찌르는 총검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사진기를 가지고 온 연대의 병사가 찍고 또 찍었다. 보도라고 완장을 찬 기자들이 여럿이 몰려 들었다. 그들도 병사들처럼 시체를 확인했다.

죽었는지 아직도 살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진이 잘 나오게 하기 위해 몸을 돌려 놓거나 포개 놓기도 했다. 엎어진 자들을 얼굴이 보이기 위해 위로 향하게 할 때는 어깨에 맨 사진기가 흘러내려 죽은 자의 뺨을 치기도 했다. 이때도 죽은 자들은 총검으로 찌를 때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 찍은 다음에는 소대원들이 그들을 배경으로 손에 브이자를 하고 또 찍었다. 나중에 소대원들은 기념사진으로 한 장씩 가져가 지갑 속에 가족사진과 함께 넣었다. 심심할 때 대원들은 지갑을 열고 죽은 시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하나부터 열셋의 숫자를 세었다.

어떤 날은 열 넷이 되기도 했는데 머릿수가 아닌 다리를 잘 못 센 결과였다. 공식적으로는 열셋이 맞았다. 잘 나온 흑백의 사진은 부대원들 뿐 만 아니라 고국에 있는 높은 분에게도 전달됐다. 낮인데도 선글라스를 쓴 그의 입이 사진을 보면서 벌어졌으나 웃지는 않았다.

하지만 검은색 안경 속의 작은 눈은 자신의 작전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사실에 만족했다. 그는 지휘봉을 들고 느리게 걸으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 같은 소식을 끊기지 말고 연속해서 전해달라고 부하를 시켜 무전을 쳤다.

무전은 그 다음날 부대원들에게 전달됐다. 그것을 읽는 연대장의 목소리는 연병장이 울릴 정도로 장엄하게 메아리쳤다. 연대장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고 나중에는 떨리는 목소리 때문에 제대로 내용을 다 읽어 내지 못했다.

그는 연단에 내려와서는 소대원 전체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소대장은 지난밤의 성과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연신 기억을 더듬기 위해 철모를 고쳐 썼다. 소대장은 연대장이 가고 대대장이 치밀하게 사전에 기획된 자신의 아이디어 때문이라는 것을 은근히 강조해도 충성 소리만 요란하게 내질렀다.

그 지점에 매복호를 판 것이 적중했다는 대대장의 부연 설명이 따르자 소대장은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올렸다. 중대장 보고에서는 총무과장의 선제공격이 있음을 언급했다. 누가 먼저 발포 했는지 병사 이름을 중대장이 거듭 묻자 나온 대답이었다.

총무과장은 면담에서 소대장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공을 돌렸다.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중대장은 소대장보다도 더 그를 더 신뢰했다. 소대장이 말하기 전에 중대장은 그의 특진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이 그 시간에 자지 않고 전방을 주시한 것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신념 때문이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말할 때 그는 자유라는 단어와 함께 고국에 있는 선글라스를 쓰고 짧은 지휘봉을 든 그를 연상했다. 

그는 그의 우상이었다. 천지신명께 빌기 전에 그가 하는 일은 우상을 향해 감사함을 표하는 것이었다. 그가 혈서를 쓰고 다른 나라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처럼 자신도 할 수 만 있다면 혈서로 그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의 그도 없었을 것이다. 그가 텔레비전에서 나오거나 특별지시를 내리는 날에는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어 감히 앉아서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일어섰다. 손을 들어 거수경례를 하는 것은 그가 화면에서 사라지고 한 참 뒤에 까지 이어졌다. 

그는 자유를 수호한다는 말에 앞서 고국에 있는 높으신 분의 은혜를 잊지 않았다. 그 날로 소대장 소위는 중위로 진급했고 상병은 병장으로 올라섰다. 같이 참호에 있었던 선임병장의 졸음에 대해 그는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그가 1분대장이 되고 선임 병장은 2분대장으로 자리를 바꿨다. 어깨위의 푸른 견장을 달고 병장이 된 그는 기분이 좋아 용암처럼 솟구쳐 올랐다. 흥분으로 붉은 몸은 대면 델 정도로 뜨거웠고 건드리면 바로 폭발할 것처럼 예민했다. 

수류탄이나 크래모아처럼 그는 위험했다. 2개월 후 그는 중사로 진급했다. 소대장이 말한 것보다 1개월이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