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개정에도 갈등 여전
8일 나란히 총회 개최...상호간 진정성 지적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개정됐지만, 두 산의회의 갈등은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산의회든, 직선제 산의회든 서로를 향해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이충훈)은 지난 8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사전등록을 한 회원이 660명으로, 약 700여명의 회원이 참석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도 같은 날 그랜드힐튼호텔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8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
두 산의회는 학술대회와 함께 열리는 총회에서 각각 회장 직선제에 대한 안건과 통합에 대한 안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먼저 산의회는 총회에서 회장 선거 직선제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충훈 회장은 “오늘 총회에서 직선제 회장 선거 방법을 포함한 불합리한 정관개정이 논의되고 의결될 것으로, 정통성을 가진 단체 답게 총회 결과에 따라 정석대로 나아가겠다”며 “저 자신은 아무런 사사로움이 없다. 산의회를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염원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총회에 회장 선거 직선제 안건이 올라갔는데, 시행 시기는 2020년 7월로 되어 있다. 이는 논의해서 수정통과되리라고 본다”며 “회장 직선제는 적당히 할 수 없는 사안으로, 상대편에서 계속 소송을 하고 시비를 건 이유도 정관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원의 70%가 회장 선거 직선제에 찬성했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정관 개정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선 90%의 회원이 찬성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선거를 언제 할 것이냐에 대해선 총회에서 대의원들의 의결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스케줄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철 수석부회장은 직선제 산의회가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산부인과학회 이사장과 만났을 때 해체 결의를 하겠다고 했는데, 직선제 산의회 총회에 해당 안건이 올라오지 않았다”며 “항상 그런 식으로 이중 플레이를 한다. 우리에게 해체할 준비가 되어있고, 정관 개정되면 해체하겠다고 하지만 이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직선제 산의회 측에선 총회 안건으로 ‘직선제 산의회와 합의된 간선제 산의회의 직선제에 의한 회장 선출시 직선제산의회 해산, 통합의 건’을 상정했다고 반박했다.
김동석 회장은 “다만, 이 안건에 대해 간선제 산의회에서 징계한 15명의 회원에 대한 징계 취소를 선행한다와 양쪽 의사회가 협의해 공정한 선거관리로 직선제 회장이 선출되는 경우, 직선제 산의회는 해산, 통합한다는 결의를 회원들이 인준해줬다”고 밝혔다.
이는 산의회에서 윤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회원 12명을 제명하고 3명에 대해서 3년간 회원자격 정지를 시킨 것에 대한 것으로, 산의회 측은 “과거의 진실을 밝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과거의 실패를 반성하는 일로, 앞으로 같은 잘못의 반복을 막고 더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동석 회장은 대한산부인과학회, 직선제 산의회, 산의회가 참여하고 있는 ‘대한산부인과학회 개원통합추진TFT’의 회의록을 공개했다. 해당 위원회는 두 산의회의 통합을 위해,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을 비롯한 3명, 직선제 산의회와 산의회의 각각 회장을 포함한 3인으로 구성됐다.
김 회장은 “1차 회의 때 간선제 산의회 이충훈 회장이 4월 대의원총회 절차에 따라 회장 선거 직선제 개정을 적용할 것이고, 정관 개정에 따른 시점 적용에 대해선 노부적으로 논의중이라고 말했다”며 “이 회장 본인은 단체장 사퇴 용의가 있지만 단체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본인 회장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4월 대의원총회를 통해 회원 다수가 찬성하는 직선제로 정관이 개정되길 바라며, 두 집행부는 이를 관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 정관이 개정되면 양 집행부는 총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해 상식선에서 모든 일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간선제 산의회에서 직선제로 정관개정이 안 된다면 ‘단체장이 책임지는게 이치에 맞다’라고 학회 이사장이 발언했고, 위원회에 참석한 간선제 산의회 임원 2명은 사퇴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충훈 회장은 사퇴 요구에 대해 대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결국 사퇴할 의향이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진 2차 회의에선 이충훈 회장 대신 이기철 수석부회장이 참석했는데, 이 부회장은 ‘직선제 산의회 해산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산의회는 재산이 있는 단체로, 원로들은 직선제 산의회에서 다른 저의가 있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마구잡이가 아닌 민주적인 투표에 따라 선출하는 것이며, 통합단체 회장은 간선제든, 직선제든 후보가 나와 선출될 수 있다’면서 ‘총 사퇴에 대해 한쪽만 지키는 일이 없도록 공증 등의 법적 절차까지 다 밟아주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선제 산의회 측에 참여 중인 일부 지회들은 정관 개정이 우선이라는 산의회의 주장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충북지회장은 “정관개정을 한다는 거 자체가 우습다. 산의회, 직선제 산의회 양쪽에서 대표들이 동수로 나와 통합 정관을 새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라며 “통합정관만 만들어진다면 직선제든, 간선제든 투표로 따라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빨리 통합 산부인과의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동욱 경기지회장은 “회원 앞에서 공정한 선거를 하는 것이 해법인데, 산의회는 선거에 자신이 없는 거 같다”며 “오늘 직선제 산의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최대집 의협회장 당선인의 생각도 마찬가지로, 회원의 대표노릇을 하려면 회원의 선택을 받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학회나 법원 중재안도 직선제로 해서 회원의 선택을 받으라는 것”이라며 “회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회원의 대표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석 회장은 “직선제로 정관 개정이 되면 학회가 주축이 되어 선관위를 구축하고, 회원 결의에 의해 해산 통합될 것”이라며 “조건 중 하나가 제명된 15명 회원의 징계를 취소해야한다. 그게 된다면 미래를 위한 산부인과의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8일 오후에 열린 산의회 대의원총회에선 회장 선거 직선제 안건이 통과됐다. 다만 이충훈 회장이 지난해 선출됐기 때문에 이 회장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산의회 대의원회 장경석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장 선거 직선제가 통과됐는데, 정관에는 통과된 날짜부터 시행되지만 지난해 선출된 이충훈 회장의 임기를 대의원회에서 함부로 할 수 없다. 그건 월권행위”라며 “이 회장이 특별히 사임하지 않는 이상, 회장 임기가 끝나는 2020년 5월 이후 선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의장은 “회장으로 당선된 회장을 어떻게 함부로 하겠는가? 이는 대의원이나 의장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이충훈 회장 스스로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직선제 산의회 김동석 회장은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간선제 산의회는 이충훈 회장 임기를 마친 다음 직선제 회장을 뽑겠다는 안이 올라간 것 자체가 통합에 대한 의지가 없고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간선제 산의회 회원들도 회장 선거 직선제에 대해 70%가 찬성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회원들의 뜻이 이러한데, 간선제 산의회는 시간 끌기를 하고 있고, 회원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며 “통합에 대한 의지가 없음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