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병원 사건, 무죄추정 원칙 적용하라"
고대전공의協 시위...서울시醫 김숙희 회장 동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과 관련, 전공의들이 경찰의 강압수사를 중단하라며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전공의들의 집회엔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도 함께해 힘을 보탰다.
고대전공의협의회 등 전공의들은 지난 11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 강압수사 중단과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의료시스템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집회를 진행했다.
전공의들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고 있는 검경수사 중단하라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을 만든 정부가 범죄자다 ▲강압수사 중단하라 무죄추정원칙 준수하라 ▲의료진을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검경수사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고대전공의협의회 김태신 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 무죄추정원칙에 입각한 수사 등을 요구하기 위해 집회를 진행하게 됐다”며 “우리 병원만 해도 신생아실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소송이 진행되려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현실적 문제 때문에 집회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소아과 여성전공의는 “사망한 아기들과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며 “어느 소아과 의사도 아기가 잘못되는 걸 원하지 않고,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를 잘 돌봐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아기들 돌보는 일에 헌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공의는 “4명의 신생아가 사망에 이르렀을 때 전공의와 교수의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누구도 원하지 않은 죽음이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미숙아는 의료진이 매일 옆에서 지켜봐야한다. 그런데 이렇게 의사가 범죄자로 몰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누가 신생아중환자실을 지원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해당 전공의와 교수가 범죄자 취급을 받고 강압적 수사를 받게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아기가 잘못되면 의사는 최소 한 달은 트라우마로 고생하게 된다. 이대 전공의는 4명의 아기의 죽음을 봐야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얼마 전 미투 가해자 의혹을 받은 배우 故조민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는데, 그 전공의도 이렇게 몰아가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마음을 잡고 살아가고 있는 게 다행”이라며 “지금 감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의사의 죄로 몰아가고 있는데, 의사의 역할은 감염관리에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격려차 참석한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오늘은 대한의사협회장 후보가 아닌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전에도 해당 교수와 전공의는 끝까지 보호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처음부터 잠재적 범죄자, 피의자로 몰려서 수사가 시작됐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지금 수사 방향도 과학적인 수사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주치의, 전공의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범죄자로 만들어가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은 절대 막으려고 한다”며 “의사는 환자가 사망하면 차라리 본인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사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중증의료, 중환자실에 지원할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에서 이대목동병원 조수진 교수의 변론을 맡은 이성희 변호사도 집회에 참석, 복지부에 제대로 된 공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금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진료행위, 주사제를 열었을 때의 행위도 의료법상 진료보조행위로 의사가 옆에 있어야한다’는 컨설팅 업체의 회신과 보건복지부의 공문을 가지고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런 중차대한 사건에 대한 수사는 국내 전문 학회나 외국의 유수한 학회에 자문을 구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현재 경찰은 ‘대형병원이 감염관리실을 설치하였더라도 감염관리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는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의 의견에 따라 의료진을 피의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수련을 받는 대형병원을 직접적으로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에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감염관리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재차 요청했지만 한 달이 넘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권한과 책임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에 모든 책임을 물어 성급히 사건을 종결하려는 경찰의 수사는 당장 중단돼야 하고, 복지부는 빠른 시일 내에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