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종사자도 진료거부 금지, ‘안 돼’

의협·서울시醫, 이채익 의원 개정안 반대…국가 책임 떠넘기지 마라

2018-02-1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료기관 종사자들도 진료거부 금지 의무자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비의료인에 의무를 부과하는 건 대상을 잘못 규정한 거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지난달 30일 진료거부 금지 의무자에 의료기관 종사자를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기관 종사자에 의한 진료거부 행위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 의료기관의 진료거부로부터 환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진료거부 금지 의무자에 의료기관 종사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은 지난 14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의협은 “비의료인에게 진료거부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그 대상을 명백히 잘못 규정한 것”이라며 “현행 의료법상 진료거부 금지의 주체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로 한정하고 있고, 통상 진료계약의 경우에도 환자가 의사 또는 의료기관에 진료를 의뢰하고 의료인이 이에 응해 진료 및 치료행위가 개시된 경우 성립된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는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일’이라 정의하고 있는 실정을 살펴볼 때 진료의 주체는 진료할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의료인에 한정하고 있다”며 “개정안은 진료할 자격과 능력이 없으며,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적 지시를 받아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지나지 않은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진료거부금지의무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수범대상을 명백히 잘못 규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협은 “현행 의료법상 진료거부 금지조항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와 같이 모호한 제한을 두며, 진료현장에 대한 판단을 의료인 스스로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실제 많은 논란이 발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기관 종사자까지 진료거부금지 대상자에 포함시킬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 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서울시의사회(회장 김숙희)도 의료기관 종사자 진료거부금지의무법안에 반대한다면서 국가의 책임을 더 이상 떠넘기지 말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해당 법안이 원무직원 등 의료기관 종사자가 환자의 접수를 거부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도외시하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천명한다”며 “근본 원인이 국가적 안전망 부재에 있다는 것이 의료계 안팎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의사회는 “정부는 의료급여 등을 통해 행려자 및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 일부 의료비 부담을 하고 있고 응급진료비 대불제도를 통해 병원비를 대납하는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진료비가 없거나 보증인이 없는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응급진료비 대불제도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응급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응급실을 이용했더라도 응급증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적용에서 배제되며, 다른 제도에 의해 의료비를 지급받거나 지불능력이 있는 경우도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게 의사회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사회는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건강보험 수진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했으나 본인부담금을 지불할 수 없는 경우 이를 건강보험공단에 문서 등으로 요청하면 공단이 미수금을 의료기관에 우선 지불하고 대신 수진자 등에게 직접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의료기관종사자의 진료거부를 금지하는 법률 제정보다 더욱 시급하다”며 “진료비를 낼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책임을 민간의료기관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 국내 현실로, 정부와 정치권은 진료비가 없어 고통 받는 환자들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방기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