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만 보고 숲은 못 봐
2005-08-29 의약뉴스
사람들에겐 매사 습관 즉 버릇이 있다. 필자는 독서를 할 때, 강연이나 축사 혹은 격려사를 들을 때도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다.
학창시절, 시험 공부를 할 때도 눈으로 읽는 암기보다는 글로 옮겨 써 보는 습관에 익숙했었다. 당연히 독서 도중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 나오면 밑줄을 긋고 몇 번씩 읽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 습관이 필자를 수필가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某 텔레비전 프로에서 학생들의 속독 기량을 보도해 준 적이 있었다. 책 한 권을 불과 수분 안에 읽어 치우는(?) 솜씨를 자랑하는 내용이었다. 정독이 아닌 속독으로 우거진 나무 아래서 자라는 숲까지도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남동신문 1월 13일자에 실린 필자의 글 ‘남동구 결식학생 돕기 추진 위원회 결성돼’가 게재된 후 왈가왈부 여론이 분분했다고 한다. 그 중엔 격려의 인사도 있었지만 감정 섞인 항의 내용도 있었다.
문제의 발단 부분을 되짚어 보자.
“ 남동구청장과 남동구의회가 진작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어야 했고 앞으로 남동신문 등 각종 매스컴을 통해 홍보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는 某 목사의 발언처럼 구청 소식지를 비롯해 남동신문에도 이 사업의 목적과 성금 내역을 홍보해야 하는 이유는 결식 학생 구호의 장기적인 안목을 두고 특정 단체 뿐 아니라 일반 구민들도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남동공단의 경기 부양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4천여 만원을 들여 가로등을 설치해 주었건만 결식 학생들에게 무관심한 공단 입주 경영자들, 구청에서 사업비를 보조받고 먹거리 장터 등 영리 사업에는 적극 참여하면서도 결식학생 돕기 추진 위원회에는 등을 돌리는 야속한 단체들이 있다는 이헌복 구청장의 한마디가 추진 위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결식학생 돕기 운동은 살기 좋은 남동구의 미래를 건설하는 초석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의 작성은 개인의 주장이 내포된 칼럼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 보도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위 내용은 추진 위원회의 의지와 위원회의 회의 내용을 사실대로 보도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구청장과 구의회가 입바른 소리를 한 某 목사에게 감정 섞인 항의를 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구청장 역시 ‘야속한 단체’의 이름을 거론(擧論)한 적이 없고 필자 또한 특정 단체를 헤아려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의 항의를 직. 간접적으로 받고서야 그 실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발언을 한 당사자에게 항의를 하지 못하고 필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이유가, 감정의 색안경을 걸쳤기 때문이 아니라, 정독을 하지 않고 속독을 한 탓에 필자의 발언으로 오해를 한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속독의 단점은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숲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동구 결식학생 돕기 추진 위원회 결성돼’란 기사로 인해 미처 연락을 받지 못해 참여할 수 없었던 단체가 이제라도 동참할 수 있게 되었고 차후 구청 행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