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생산자로 국민 건강지식 높여야"

한국의학硏 안지현 과장..."의협 중심으로 정보 제공"

2017-11-04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최근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로 대표되는 잘못된 건강정보들이 국민건강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일이 많아지자 의사들이 건강정보의 생산자로 나서 국민의 건강지식 수준을 높여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의협을 중심으로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국의학연구소 내과 안지현 과장(대한노인의학회/대한검진의학회 학술이사, 사진)은 최근 의료정책포럼에 ‘올바른 건강정보 제공과 의사-환자 신뢰관계 구축의 중요성’이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먼저 안지현 과장은 환자들이 잘못된 건강정보에 노출되는 경우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점을 꼽았다.

안 과장은 “안아키가 표방한 백신반대운동은 1840~1853년 영국에서 두창(smallpox)을 막기 위해 백신접종 을 의무화하는 법령을 통과시키면서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벌칙을 가한 것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며 “오늘날 백신 기술은 진일보해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면서도 부작용은 훨씬 줄었음에도 백신반대운동의 유해성 주장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하고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야 하며 검사도 받아야 한다”며 “이럴 때 작동하는 심리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성향)인데 주위에서 이런 심리를 부추기고, 미디어를 통해 비슷한 내용이 흘러나오 면 자신의 신념은 더욱 굳어진다”고 전했다.

또 전문가에 비해 비전문가의 목소리만 큰 현상도 지적했는데, “안아키를 비롯해 미세먼지, 잠복결핵, 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 등 건강 관련 이슈들이 등장할 때마다 비전문가들이 전문가인 양 여론을 호도한다”고 지적했다.

시청률과 구독률을 중요시하는 미디어는 재미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데 미디어를 거치면 어려운 건강정보도 쉽게 가공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쇼닥터’처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게 안 과장의 설명이다.

또한 건강정보 모니터링의 범위를 확대해야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안지현 과장은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와 의학회 건강정보심의위원회는 올바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해 다양한 모니터링 활동을 했지만,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건강정보가 양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내용을 모니터링 할 수는 없다”며 “건강도서의 모니터링도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 과장은 “논문과 달리 서적의 경우, 동료 검토(peer review)라는 검증 과정이 없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이러한 허점을 악용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출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노골적으로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OO가지 방법’ 과 같은 제목으로 현혹하는 책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단순히 기존 치료에 대한 보완의 개념이 아니라 당장 기존의 치료를 거부하라는 내용들”이라며 “이상지질혈증의 치료를 부정하는 콜레스테롤 관련 번역서는 세종도서(구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어 세종도서가 선정되는 과정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의협, 의학회 등 여러 학회에서는 건강도서를 모니터링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세종도서 등 각종 우수도서 선정기관 에 근거중심의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서에 실린 건강정보 역시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많다는 점을 짚었는데, “의학회 건강정보심의위원회에서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고등학교 교과서 가운데 건강 및 의학 관련 내용이 실린 내용을 검토한 결과 수많은 오류가 발견됐다”며 “일부 보건 교과서를 제외하고는 교과서 집필진 중 의료인은 전무했으며, 대부분 참고문헌 표기가 없었고 있더라도 의학 관련 문헌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안지현 과장은 건강정보 감시자를 넘어 생산자로 국민의 건강지식을 높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안 과장은 “잘못된 건강정보의 확산을 막는 데에 모니터링을 통한 피드백이 중요하지만 더 바람직한 것은 믿을 수 있는 양질의 건강정보를 만들어 보급하는 일”이라며 “의협과 의학회가 발행한 ‘우리 가족 주치의 굿 닥터스’, 의협이 만든 ‘대국민 건강 선언문’과 같은 도서도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의 건강지식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건강정보를 좀 더 쉽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건강정보를 만드는 의사는 전문용어에 익숙해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도록 표현하는데 서툴 때가 많다. 일반인을 위한 건강정보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의대생 때부터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는 건강정보 작성처럼 쓰기 교육, 기사에 대한 비판적 읽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안 과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안지현 과장은 “3분 진료라 불리는 열악한 진료 환경에서도 시간을 쪼개 더 쉽게 설명하려 고민하고 건강교실이나 건강 강좌를 개최하는 병의원도 있다”며 “올바른 건강정보는 환자가 의사의 설명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가 되지만 잘못된 건강정보는 서로 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의사-환자간 거리를 멀게 한다”고 밝혔다.

안 과장은 “의사는 의대생 때부터 환자의 눈높이에 맞도록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의협와 의학회는 건강도서의 내용도 분석하고 파급력이 큰 초·중·고 교과서 집필에 적극 참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9년 미국과학진흥회는 미래사회의 과학에 관한 국민소양을 키우고자 ‘모든 미국인을 위한 과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의 한 연구팀도 이를 벤치마킹한 ‘모든 한국인을 위한 과학’ 프로젝트에 나섰는데, 앞으로 의협 등을 중심으로 국민의 건강지식, 건강소양을 키워줄 큰 틀의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