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법안에 醫-韓 갈등 ‘폭발’
의 ‘비난’ VS 한 ‘환영’…김명연 의원 홈피서 공방도
국회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잠잠하던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폭발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경기 안산시 단원구갑)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행법령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X-ray 등)의 관리·운용자격에서 한의사를 배제하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3월 열린 제62차 대한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김명연 의원은 “한의학이 의료과학기술의 발달에 부응하고 질병 진단의 정확성 및 예방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며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에선 즉각 비판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은 면허체계를 부정하고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주문했다.
의협은 “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수호, 올바른 보건의료체계를 위해 공명정대해야 할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면허체계를 부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은 13만 의사회원의 면허영역(의료행위)을 침탈하려는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범의료계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의협은 “의료기기란 현대의학 및 과학에 기반을 두고 개발된 기기를 말하며, 한방의료기기는 맥진기, 양도락기, 부황과 같이 한방원리에 근거를 둔 기기들”이라며 “이번 의료법 개정을 통해 한의사에게 허용하겠다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는 과학적 원리에 의해 개발된 명백한 ‘의료기기’로, 이는 의사들에게만 사용이 허가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사들에게 허용된 의료기기를 법을 개정해 교육을 이수한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것은 현대의학과 한의학을 구분한 현행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일정 교육을 이수하면 무자격자에게도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의료인 면허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큰 위해를 끼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실제로 한의사가 IPL, 초음파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수없이 많으며, 심지어 한의사 단체의 대표라는 자도 의료기기사용 공개시연에서 오진을 해, 오히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또 “누구보다 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이 법과 제도를 무시한 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특정 직역의 이익을 위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자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며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초법적인 의료법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는 국회의 입법활동을 방해하는 의협의 행태를 규탄하고 나섰다.
한의협은 “이번 법안 발의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된 최초의 법안 발의로, 한의사가 진료에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함으로서 보다 더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치료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해당 법률안이 발의되자마자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자체가 초법적이고 헌법위반’, ‘무자격자에게도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의료인 면허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 등의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며 “의협의 주장은 자신들의 면허가 누구로부터 부여됐고, 면허범위를 누가 설정하고 있는지를 망각한 오만한 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의협은 “의료인 면허는 국회가 입법활동을 통해 의료법을 제정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것으로 국회의 입법이 없었다면 의료인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며 “따라서 국회의 입법에 의하여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행위는 그것이 곧 한의의료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의협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발의한 법안을 말도 안되는 억지와 궤변으로 막으려는 어리석은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며 “의협이 자신들의 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 선택권과 같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하려 하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정부에서 청산돼야 할 적폐”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명연 의원의 홈페이지서도 의-한 갈등이 불거졌다.
한 네티즌은 “한방진료의 현대화를 반대한다”면서 “현대 과학의 산물인 전기 사용금지X-ray, 초음파 등은 의사의 관리 감독 하에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다른 네티즌은 “한의사도 의사인데 왜 엑스레이를 찍지 못하는지 의아해 했었는데,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고 하니 곧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한의사들도 더욱 환자를 치유하는 본연의 임무에 힘써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