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과 깃털
2005-07-03 의약뉴스
그런가 하면 영원한 의리로 몸통을 보호하겠노라 꿋꿋한 충절을 보여 죄는 밉지만 저런 깃털을 소유한 몸통이 부럽고 깃털의 인간성이 갸륵하다는 칭송이 자자한 적도 있었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깃털의 능력에 따라 몸통이 우아하고 고귀한 신분으로 상승하느냐 천박한 작부로 전락하느냐가 결정된다.
또한 몸통을 모시는 깃털 역시 그 매너에 따라 입바른 소리도 할 줄 아는 철학을 갖춘 충복이 되느냐 맹종과 아부만 일삼는 경망스런 딸랑이가 되느냐가 좌우된다.
이헌복 구청장이 취임한 후, 필자가 소속된 남수정에 활을 쏘러 갔을 때 함께 활을 쏘는 만수초등학교 후배가 던진 첫마디는 ‘형님! 구청장 바뀐 것을 실감하겠더군요’ 였다.
어안이 벙벙하여 자초지종을 묻자 그 동안 남동마당에 실린 필자의 건강 수필을 반갑게 읽으며 건강 상식을 넓혀 왔는데 이번에 발행된 책자엔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제야 남동마당이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아마 지면 사정이 있어서일 것’이라고 고향 후배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나 후배의 지적대로 필자의 건강 수필은 더 이상 남동마당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도 반응이 없어 직원 대이동이 끝난 후 某 부서에 전화를 걸어 간접적인 항의를 했다. 필자의 글을 계속 게재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난 4월호에 상편이 실린 ‘요도(尿道)계통의 질환 1’의 남은 하편 2부를 마저 실어야 내용이 상통하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건강 수필을 읽은 독자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고 건강 상담을 해 주었기 때문에 건강지식 란이 삭제된 이유를 게재해 주는 것이 독자인 구민들과 집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원래 남동마당의 건강 란은 한의사의 한방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필자는 약사회 임원들을 대동하고 당시 김용모 구청장을 방문해 ‘약사나 한의사나 똑같이 세금을 내는 구민인 이상 약사들에게도 투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건의해 인천일보에 건강 칼럼을 게재해 오던 필자가 기고를 해 온 것이다. 필자는 신임 구청장이 업무 파악에 바쁜 와중에서 ‘전임 구청장과 가까웠으므로 남동마당에 게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얼마 전, 서울대를 방문한 김종필 총리에게 학생들이 거친 항의를 한 적이 있었다. 관할 경찰서는 서울대 학생들로부터 차량 수리비와 반성문을 받아 총리실에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안 서울대생들은 반성문을 써 준 사실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후에 밝혀진 바로는, 학생들이 반성문을 써 줄리 만무하고 그렇다고 윗분의 노여움을 살 수 없어 담당 경찰이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여론이 심각해지자 총리실은 ‘차량 수리비만 해결하라’고 지시했는데 경찰이 과잉 반응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언론은 ‘대한민국 공무원 세계가 알아서 기지(?) 않을 수 있는가’ 반론을 달았다.
이번 남동구민상 수상자 선정을 두고 뒷말이 많다. 노벨상도 아니고 구민 화합의 차원에서 만든 상임에도 불구하고 본 상과 일반상 등 33명의 수상자 명단에 단 한 명도 끼이지 못한 동(洞)들이 있다고 한다. 몸통의 비위를 맞추느라 깃털들이 과잉 충성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협화음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