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중지 압력 '진실공방'
환자들 "저승사자" 맹비난...심평원 "사용승인 간소화 추진"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려는 환자의 가족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향해 ‘저승사자’라며 날을 세웠다.
심사평가원의 압박 때문에 병원이 오프라벨 투약을 중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인데, 이에 대해 심평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적극 해명했다. 아울러 면역항암제와 관련해서는 ‘사용승인 간소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도 내놨다.
◇오프라벨 투약 환자의 치료권리 보장하라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주’, ‘옵디보주’를 사용하는 환자의 가족 20여명이 29일(화) 국제전자센터(서울 서초구 효령로)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오프라벨(허가초과) 투약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규탄했다.
‘키트루다주’와 ‘옵디보주’는 흑생종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한해 지난 21일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는데, 이에 따라 지금까지 위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허가범위를 초과해 해당 약제를 사용해온 환자들은 다학제적위원회가 설치된 전국 71개 병원으로 전원하고, 심평원장의 허가초과 사용승인을 받아야 투약이 가능해졌다.
다만 보건당국은 이로 인해 오프라벨 처방 환자들의 치료가 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올 연말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유예기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투약 병원들이 심평원의 압박으로 인해 투약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이들은 심평원을 향해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허가범위를 초과한 면역항암제 사용 효과에 대해서는 의사마다 의견이 다른 만큼 사견에 따라 약제를 처방받지 못하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기존 투여 환자들은 지정 병원에서 환자가 요구하면 무조건 처방하고 차후 보고하도록 명문화하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들은 면역항암제의 허가범위 초과 사용에 관한 모든 심사절차를 간소화하고 심사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책임은 환자가 지겠다”며 신규 투약자가 처방을 원할 경우에도 무조건 처방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곁들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환자 보호자들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같은 날 취재기자들을 만나 적극적인 설명을 내놨다.
◇심평원, 사용승인 ‘간소화’ ‘신속화’ 추진할 것
심사평가원 이병일 약제관리실장은 우선 ‘심사조정’이라는 무기를 앞세운 심평원의 압력 행사로 인해 병원들이 오프라벨 투약을 중단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히 밝히며 “(관련 녹취가 있다는데) 사실이 명확하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병원 스스로) 그런 것을 우려해서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면 해당 병원을 알려 달라”면서 “지금 즉시라도 왜 진료를 중단했는지를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병일 실장은 “지난 25일과 28일에 전체 다학제적위원회(71개)에 전화를 걸어 기존 환자들은 가급적이면 모두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오늘(30일) 열리는 면역항암제 관련 전문가자문회의에서도 기존 환자들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규환자 등을 위해서는 “(해당 약제가) 국내에서는 폐암, 흑생종에 대해 허가받았지만 외국에서는 허가받은 적응증이 많다”며 오늘(30일) 열리는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외국에서 허가받은 적응증에 대해서는 먼저 쓰고 사용승인을 신청하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빠른 시간 내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어느 병원에서 위암에 대한 사용승인을 신청했는데 받아들여졌다면 이를 각 병원 다학제적위원회에 통보해 ‘부담 없이 신청을 해도 된다’는 점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실장은 지정 병원에서 환자가 요구하면 무조건 처방토록 명문화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진료권 침해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