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에 묻혀버린 ‘노인정액제’

개선안도 주목 못받아...보건의료단체 갈등까지

2017-08-1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료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노인정액제 개선안이 나왔지만, ‘문재인 케어’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동네의원 외래진료 본인부담금 노인정액제’를 구간별 차등 정률제 방식으로 개편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목표 아래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노인정액제 하에서는 노인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뒤 총 진료비가 1만 5000원 이하이면 일률적으로 본인부담금이 1500원이다. 다만 1만 5000원을 초과하면 진료비 총액의 30%를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즉 총 진료비가 1만 5010원이 나오면 그 30%인 4500원을 내야하는 것으로 고령의 환자들에게는 이마저도 부담이기 떄문에 이를 두고 진료의사와 다툼의 소지가 되기도 했다.

일선의료기관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해 의정협의체까지만 해도 의료계는 시급하게 개개선해야 할 1순위 과제로 노인정액제 개선을 꼽아왔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상한 금액 단순 상향 ▲정률제 전환 ▲본인부담 상향+초과액30% 정률제 적용 ▲노인층의 연령을 세분화 차별 혜택 등 구체적 개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동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노인정액제가 개선의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바로 올해 수가협상으로 인한 초진료 인상 때문이었다.

유형별 수가협상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초진 기준가 2018년 1월부터는 1만5310원이 되면서 노인정액제 기준금액을 넘어섰기 때문. 해당 정책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 것.

이에 복지부는 노인정액제 구간별 차등 정률제 방식으로 개편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본인 부담비율을 외래진료비 총액이 2만원 이하면 10%, 2만원 초과에서 2만 5000원 이하면 20%, 2만 5000원 초과면 30%등 차등적용 되는 것이다.

노인정액제 개선안이 16년 만에 나왔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의협이 요구했던 4가지 개선안 중 가장 후순위로 여겨졌던 정률제 방식이 채택되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겸대변인은 “이번 정부 개선안에 따르면 금액에 따라 차등을 주는 노인 정률제로 개선이 되는데 정책도 시일에 쫒겨서 급히 추진한 안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내년 수가상승으로 인한 초진료가 상승되어 사실상 노인 정액제의 종료를 예상하고 있는데 지난해에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환자들에게 혜택이 더 돌아갔을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개원가 A원장은 “이번에 노인정액제 개선안이 확정되면 또 10년 이상의 변동이 없을텐데 향후 물가 상승률이 고려되지 않아 우려가 된다”며 “아마 몇 년이 지나면 또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미리 내다보고 정률 구간을 더 확대해 3만 5000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개선안에 의사만 포함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떠돌자 타 보건의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언론에서는 복지부는 의과 의사만을 위한 원포인트 노인 정액제 개선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복지부 내부에서도 합의되거나 결정되지 않은 사안임에도 의협 외 타 보건의약단체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는 특정 직능만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지하고, 노인정액제 정책을 의사협회 뿐만이 아닌 모든 보건의료단체를 포함한 자리에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건강취약계층인 65세 이상 어르신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의료이용의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의협은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고, 국민 건강권 및 한의사의 의권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이들 단체는 “제도의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한의, 치과, 약국, 의과 구분 없이 모든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