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울 수 없다

서울서부지방법원...대법원 판례 인용ㅈ

2017-07-28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를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막연히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해,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우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금 되새기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에서 지난 2051년 3월 전신마취하에 우측상완 동정맥루 수술을 시행받았다. 수술을 받은 지 일주일 후, A씨는 폐렴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사망했고, 이로 인해 유족들과 B법인 간의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A씨에 대한 수술시 부위마취에만 동의하고 전신마취에는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B병원 의료진이 환자 내기 보호자의 동의 없이 전신마취 하에 수술을 하는 바람에, 그 후유증으로 폐렴이 발생,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유족들이 A씨의 전신마취를 동의하지 않은 것은 7년 전 A씨가 장천공으로 전신마취 후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을 받은 이후 2~3일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술 당일 수술실에서 전신마취에 관해 A씨의 동의를 받았다는 B법인의 주장은 당시 A씨의 상태에 비춰볼 때 믿기 어렵다”며 “유족들이 A씨의 과거 전력을 이유로 전신마취가 아닌 부위마취를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족들이 A씨의 보호자로서 서명, 날인한 마취동의서에 ‘수술 준비 또는 수술 중 환자의 상태에 따라 부득이하게 마취 방법이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의료진이 수술 당일 A씨의 상태 등에 비춰 부분마취만으로 수술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전신마취로 마취방법을 변경한 것인 점 등에 비춰보면 의료진이 전신마취를 시행한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의료과실 입증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들을 인용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 “수술 당일 회복실 퇴실 이후 A씨의 활력징후가 안정적이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전신마취로 인해 폐렴이 야기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전신마취와 A씨의 사망간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족들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유족들이 폐렴을 치료하기 위한 진단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의료진은 A씨에게 발열이 있자 당일 혈액배양검사, 독감검사(인플루엔자 검사, 흉부 X-ray 검사(추적검사), 염증수치 확인 및 소변검사, MRI검사 등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다음날 다시 흉부 X-ray촬영을 했는데, 흡인성 폐렴이 발견되자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B병원의 조치는 당시 임상의학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이 비춰 적절했던 것으로 보이고,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