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이 살아야 제약업계가 산다”
[창간특집]“일반약 부활, 제약사 의지에 달렸다”(下)
2005-06-22 의약뉴스
“일반약이 살아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모든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구체적인 대책 등을 마련하거나 실천하고 있는 곳은 거의 찾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까이 꺼, 대충 뭐”라는 요즘 유행어처럼 의약분업 이전에 해오던 대로 광고나 내보내고 홍보자료나 뿌리는(?) 식의 답습이 고작이다. 그마저도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줄이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게 대다수 제약사의 생각인 듯 싶다.
그렇다면 ‘일반약 살리기’는 정말 요원한 문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관련업계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라 일반약은 충분히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약사회 ‘일반약 살리기’ 선봉장 자임
일반약 활성화를 위해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아마도 약사회다. 약사회는 의약분업 직후부터 국민들이 일반약까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잘못인식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약국마다 ‘일반의약품은 병의원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광고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최근에는 또 도봉·강북 약사회가 일반약 활성화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도봉·강북 약사회는 최근 ‘일반약 활성화’관련 포스터와 홍보전단지 10만부를 제작, 305개 관내 약국에 포스터 2부(큰 것과 작은 것)씩과 홍보전단지 300장씩을 모두 배포, 완료했다.
포스터에는 ‘일반의약품은 처방전에 관계없이 약국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종합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34여품목의 약품명단이 게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도봉·강북 약사회 이상훈 사무국장은 “‘일반약 살리기’라는 대명제 아래 동네·소형 약국의 경영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이러한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며 “특히 홍보전단지는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에게 직접 배포할 수 있도록 제작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약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약업계는 물론 도매업계, 약업계 등 의약품 관련업계가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며 “추후 이번 캠페인의 경과를 보고 지속적인 일반약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약사회의 ‘일반약 살리기’는 그 의도는 차치하고라도 나름대로의 성과는 얻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제약사, 취지 공감 하지만...
그렇다면 국내 제약사들의 일반약 활성화와 관련된 입장은 어떨까?
솔직히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이와 관련해 그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어떤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거나 회사차원의 ‘일반약 살리기’ 계획 등은 특별히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일반약 살리기’와 관련해 독특한 마케팅을 시행 또는 계획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우선 한미약품은 지난해 6월부터 ‘H-POP’라는 독특한 ‘구매시점광고’를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H-POP란 한미약품의 OTC제품 42종을 홍보 판넬에 부착해 약국에 설치하는 일종의 쇼 케이스. 이를 위해 한미약품은 42개 일반약의 포장을 제품별 특성에 따라 POP에 적합하도록 모두 변경하는 노력까지 기울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의약분업 후 상대적으로 위축된 일반약 시장을 살리고 개국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H-POP를 고안하게 됐다”며 “지난해 1차로 가정상비용 제품으로 이뤄진 POP를 출시한 이후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 이를 전품목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H-POP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돼 있는 일반약 판매방식”이라며 “벌써부터 약국매출 증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대웅·일동등 ‘일반약 살리기’ 적극
이와 함께 대웅제약, 일동제약의 ‘우루사’, ‘아로나민골드’ 마케팅 전략도 일반약 활성화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이들은 제약사의 의지와 투자여하에 따라 일반약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우루사 브랜드 TFT’를 구성, 1년여에 걸친 ‘건강할 때 간 보호’라는 슬로건의 건강 캠페인과 함께 장기복용에 적합한 우루사 100캡슐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제2의 성공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대웅제약은 우루사의 주요 성분인 ‘우루소’(우루소데옥시콜린산)의 간 기능 개선 효과를 집중 부각시키는 지속적인 신문광고 등을 통해 최근의 높은 매출 신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우루소가 담즙 분비를 촉진시키고 간내 혈류량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집중 강조해 나가겠다는 것.
대웅제약은 이를 통해 지난해 우루사 매출만 411억원을 기록, 스타대접을 받고 있는 여느 전문약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동제약도 활성비타민제 ‘아로나민골드’의 높은 인지도를 활용한 브랜드 확장 전략으로 최근 높은 매출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동제약은 매년 효능을 보강한 아로나민 시리즈 제품을 잇따라 출시, 파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아로나민이 건강을 선물한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동제약은 아로나민의 지난해 매출을 전년(240억원) 대비 21.7%나 끌어올려 29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일동제약의 지난해 전체 매출성장률 15.0%보다도 높은 수치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도 아로나민을 집중 육성 품목으로 지정해 브랜드 확장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약 살리기, 제약사 의지 문제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일반약은 오랜 사용경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돼 있을 뿐 아니라 의사의 처방 없이 직접구입이 가능해 약사의 적절한 복약지도 아래 국민 스스로 경미한 건강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적의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오용과 남용의 우려가 적고 의사 또는 치과의사 처방 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고, 제형과 약리작용상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일반약 활성화’ 논의와 관련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자금여력이 없는 중소형제약사를 중심으로 단시간 내에 효과 확인이 가능한 전문약 부문에 치중, 일반약 광고를 축소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일반약의 활성화는 제약사들의 마케팅 의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에 ‘일반약 살리기’ 창간특집과 관련해 짧은 시간이나마 몇몇 제약사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중력이 있으니까)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일반약’만 만들어 놓고 (좋은 약이니까) 팔리기만을 바라는 일선 제약사의 다른 점이 무엇일까란 의문이다.
물론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이 바로 ‘일반약의 부활은 제약사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앞으로 국내 제약사는 물론 관련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일반약 살리기’가 본 궤도에 오르길 기대해 본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