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이 살아야 제약업계가 산다”

[창간특집]“일반약이 죽어가고 있다”(上)

2005-06-21     의약뉴스

일반약이 죽어가고 있다. 의약분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2000년 이후 그동안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오던 일반의약품(OTC)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전문의약품(ETC)은 이를 계기로 꾸준한 강세를 보이며 매출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 OTC와 ETC의 입장은 의약분업 이전과 비교해 완전히 역전된 상태다. 이에 제약사와 약사회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OTC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것 하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 OTC 시장의 현주소를 되짚어 보고 OTC 활성화 방안 및 대책에 대해 2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의약분업이 일반약 약세 불러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의 본격적인 시행은 결과적으로 전문약의 강세와 일반약의 약세를 불러왔다. 한때 전문약을 한참(?) 앞지르던 전체 의약품 대비 일반약 비율은 의약분업 한해 전인 지난 1998년을 기점으로 역전돼 2003년 현재 3대 7의 비율로 전문약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다음달 중 발표될 예정인 지난해 의약품 생산실적에서 일반약의 비율은 30%선 아래까지 추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일반약 시장의 급격한 축소는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제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일반약 시장이 고사 위기까지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약협회가 공개한 최근 7년간의 의약품 생산실적에 따르면 일반약 생산규모는 지난 1997년 3조5361억원을 최고점으로 해마다 줄어 2003년에는 2조4860억원을 기록, 7년간 1조원 이상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7년 대비 29.70%이나 급감한 것.

특히 의약분업의 실질적인 적용 첫해인 2000년에는 전년인 1999년의 3조2279억원에 비해 20.61% 급감한 2조5626억원의 생산실적을 보여 의약분업의 가장 큰 피해자임을 증명했다.

이와는 반대로 전문약은 1997년 3조2713억원을 최저점으로 해마다 10% 가까운 성장률을 지속해 2003년에는 5조5269억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7년 동안 40.81%나 급성장한 것으로 같은 기간 전체 의약품 시장 성장률 15.24%보다도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로 1998년 일반약 시장이 -9.98% 성장한 반면 전문약은 3.51%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일반약 vs 전문약 비율 = 3:7



이에 따라 지난 99년 46.79대 53.21이던 일반약대 전문약의 비율은 2002년 33.05대 66.95를 기록한데 이어 2003년 현재 30.96대 69.04로 벌어진 상태다.

이러한 현상은 또 국내 제약사들의 전문약 시장 집중으로 이어져 일반약 약세를 고착화시키는 악순환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전문약 중심의 제약사들은 높은 성장률을 지속하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일반약 중심의 제약사들은 회사의 존폐위기로까지 내몰리며 현상유지에도 급급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약과 일반약의 균형적 발전이 전제돼야 한다”며 “최근의 전문약과 일반약의 양극화 현상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거의 모든 제약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일반약 시장보다는 전문약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현상까지 나타나 일반약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약은 많은 마케팅 비용에 비해 그 성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반면 전문약은 바로바로 그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전문약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국내 의약품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현상은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의 약 선택권 감소, 가장 큰 문제



이러한 상황들이 계속되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약국에서 쉽게 구입해 복용할 수 있는 일반약의 비중이 줄면서 환자들의 약 선택권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 이용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으로 남게 돼 의약품 시장의 왜곡이라는 새로운 부작용까지 야기 시키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앞서 지난달 제약협회가 주최한 ‘세계 자가치료(Self-Medication) 경향 및 스위치 현황 세미나’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스팽글러 미국 비처방의약품협회 부회장은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고령화 사회의 의료비 부담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유독 한국만이 일반약 시장 침체라는 역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했다.

이와 함께 대중매체 등을 통한 다양한 의약품 정보 제공으로 환자의 약 선택권이 강화되면서 전문약이 점차 일반약으로 전환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도 아울러 강조했다.

복지부,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 추진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보건복지부는 일반약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일부 일반약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제도 개선의 목적으로 소비자의 불편 해소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주5일제 확대에 따라 의약품 구매 사각지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안전성이 입증되고 부작용이 경미한 일반약을 의약외품으로 지정을 변경해 슈퍼 등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또 이를 계기로 매년 의약외품 대상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현재 중앙약심반에 이달 말까지 일본제도와 외국사례 등의 조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복지부는 하반기까지 전환품목군을 선정하고 이후 전문가와 이해단체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 이를 고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약사회를 중심으로 저지 움직임이 점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약사회는 이와 관련해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은 안전성·유효성 검증 차원이 아닌 약물오남용 방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복지부는 국민편익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생명임을 깨닫고 복지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느 일반약 활성화 대책 발표때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실력 저지에 나서고 있는 것.

복지부의 이번 제도개선 의도가 확실한 의지에 의한 표현인지 단순히 여론 점검 차원인지 아직까진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다른 일반약 활성화 대책과 마찬가지로 이해당사자간 의견 조율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전문약 비중이 늘어나면 멀지 않은 시기에 국내 일반약 시장은 고사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진료비 가중 등 환자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최근 몇 년 사이 제약업계의 대명제가 되다시피 하고 있는 ‘일반약 살리기’는 정말 요원한 문제일까?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