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핵절제술 후 괴사성 근막염, 손배책임
울산지방법원..."예방적 항생제 투여 안해"
치핵절제술 후 수술 부위 감염으로 괴사성 근막염과 패혈증 등이 발생,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울산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A씨와 유족들이 의사 B씨와 C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7억 941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12월경 치핵 4도 항문용종 진단을 받고, 원형자동봉합기(PPH)를 이용한 환상치핵절제술을 받은 후 퇴원했다. 이후, 수술 부위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 소염제 주사와 진통제 처방을 받았다.
통증이 계속되자 26일 입원, 수술 부위 세척 후 배액술을 받았다. 당시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26,990(정상4,000∼10,000), 헤모글로빈 수치 11.5(정상 13∼18), 혈소판 수치 95,000(정상:130,000∼140,000), 적혈구 침강속도(ESR) 55(정상: 0∼9)가 나왔다.
의료진은 항생제 세프트리악손과 트리젤을 처방하고, D병원으로 전원조치했다.
D병원 의료진은 복부 CT 촬영과 세톤수술·S장결장 인공항문술 시행했다. 항문 주변의 발적과 부종이 심했고, 직장수지검사상 안쪽의 괄약근을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우측 흉부에 7×3㎝ 크기의 연조직염이 관찰됐다. 회음부와 우측 흉부의 괴사된 피부를 제거하면서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했다.
A씨는 E병원으로 전원했는데, E병원 의료진은 '치질 수술 후 발생한 장괴사, 다장기부전을 동반한 패혈성 쇼크, 괴사성 근막염, 괴저화농 피부증'으로 진단, S장결장 절제술·결장루 재설치술·담낭절제술·배농술 등을 시행했다.
A씨는 다음해 5월 31일까지 여러 차례 E병원에서 괴사조직 제거술·원위부 절단면 봉합술·피부이식수술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2015년 4월 뇌출혈·혈액응고장애·패혈증·괴저농포증 등으로 사망했다.
괴사성 근막염은 피부 심부 피하조직이 썩어들어가는 세균성 감염병으로 주로 근막에 발생한다.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당뇨병이나 암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일 경우 더욱 위험한데, 급성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외과적 수단을 이용해 괴사조직을 제거하고 다량의 항생제를 이용해 처치한다. 수술이 늦어질수록 치사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패혈증은 중환자 사망의 대부분을 파지하는 질환으로 사망률이 30~50%로 높다. 골수이형성증후군은 1차적 혹은 이전 항암·방사선 치료 중 생길 수 있는데 다양한 염색체와 암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다.
A씨의 유족들은 “의사 B씨는 치질 수술 전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고, A씨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데 진통제만 처방했을 뿐, 수술 부위의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영상검사나 혈액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A씨가 수술 부위 통증과 고열이 지속된 상태에서 우측 흉부에 병변이 발생했는데도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혈액배양 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았고, 상급병원에 전원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치질 수술을 하기 전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데도 진통제만 처방했을 뿐 수술 부위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영상검사나 혈액검사를 시행하지 않다”며 “수술 부위 통증과 고열이 지속된 상태에서 우측 흉부에 병변이 발생해 입원했음에도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혈액배양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았고, 수술 부위 감염 상태 악화로 응급환자에 해당됨에도 곧바로 상급병원에 전원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살펴보면 과실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치질 수술에 관한 설명을 하고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치질 수술에 사용되는 기구가 중국산 PPH33 제품으로, 봉합상 누출이나 출혈이 빈번히 발생하거나 남아 있는 스템플러로 인해 직장염·직장천공·기타 감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며 “전통적인 치핵제거술과 중국산 PPH33 제품을 이용한 수술의 장단점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해 어떤 수술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D병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회음부괴저로 진단했음에도 같은 날 괴사된 조직을 제거하지 않은 채 항문 농양 치료법인 세톤수술과 S장결장 인공항문술만 시행하고, 항문 부위 피부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피하나 근막 부위 괴사 조직까지 제대로 제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우측 흉벽에 7×3㎝의 연조직염이 있음을 관찰했음에도 우측 흉부에 대한 CT 검사나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결국 병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우측 흉부에 대해 변연절제술을 시행해 피하와 근막 부위의 괴사 조직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했다”며 “패혈성 쇼크로 적혈구 및 혈소판 수치가 매우 낮은 상태였는데도 수혈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골수이형성증후군이 괴사성 근막염과 패혈증의 발생이나 진행 경과 및 망인의 사망이라는 악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A씨의 증상이 통상적인 괴사성 근막염이나 패혈증보다 훨씬 급격하게 악화돼 피고들로서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처치가 용이하지 않은 점 등을 살펴보면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