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일원화’ 제약-도매 전면전
병원협, 약사법 개선등 건의…도협, 대응방안 마련
2005-06-11 의약뉴스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제약업계와 도매업계의 주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협회가 제약업계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들의 갈등양상은 일파만파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것.
대한병원협회는 10일 약사법을 포함 모두 5개 관련 법령에 대한 개선을 법제처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병협측은 이와 관련해 “종합병원에 대해 도매상을 통해서만 약품을 공급받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불필요한 유통비용 증가를 유발시키는 제약사와 종합병원 직거래를 제한한 규정을 삭제, 종합병원에 제약사 또는 도매상 선택권을 부여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약품유통일원화와 관련 제약업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도매업계가 양측의 협공 사이에 놓이게 된 것.
이와 관련해 서울도협은 지난 8일 회장단회의를 통해 ‘유통정상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유통일원화 문제와 대웅제약·녹십자의 도매정책에 대해 도매업계의 힘이 결집될 수 있도록 중앙회와 시도지부장협의회의 결정에 적극 협력키로 합의하는 등 도협에 힘을 실어줬다.
도협은 이와 함께 오는 17~18일 열리는 전국시도지부장협의회에서 이를 정식으로 논의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도협 관계자는 “현재 제약협회와 병원협회의 주장이 허위임을 반증하는 심평원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다음주 초 반박자료를 배포할 계획”이라며 “심평원의 자료에 따르면 병·의원의 약가가 도매·유통업소를 거치는 종합병원의 약가보다 많게는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의약품유통일원화가 시행될 경우 불법 리베이트 성행 등을 통한 약가 상승으로 의료비 증가, 보험재정 악영향 등의 역효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도매업계와 제약업계는 유통과 생산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경제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도매업계 원로들의 모임인 63회는 7일 “종별 직거래 제한은 제약사와 도매업계간 역할분담을 위한 합의로 마련된 사항”이라며 “지난해 김근태 복지부 장관이 도매 비중이 80%까지 확대될 때까지 현행 규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유통일원화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제약협회의 향후 대응방안은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청와대와 복지부에 유통일원화 폐지 건의서를 전달한 이후 복지부와 공정위 등 관련 정부기관과 계속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협회가 복지부에 건의문을 제출한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할 후속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의 분위기만을 놓고 볼 때 제약협회가 이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제약협회의 신속한 대책을 요구했다.
제약협회 한 관계자는 “지난 94년 도매육성 차원에서 종합병원 유통일원화가 법제화됐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도매업계의 난립만을 조장한 형태가 됐다”면서 “당초 목표를 살리지 못하는 이같은 조항은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는 게 제약사들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복지부, 공정위 등 관련부처와 계속 접촉을 시도하는 한편 도매업계의 반발에 대응할 수 있는 후속 대책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일원화 존폐를 놓고 제약·병원측과 도매업자간 이권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의약품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의 결정과정에서 공익적 측면이 간과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이들 제약업계와 도매업계의 유통일원화 관련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한편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대한 제약회사의 직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유통일원화는 지난 94년 약사법시행규칙 57조1항7호의 단서조항으로 신설됐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