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R&D투자 인색 ‘여전’
1분기 R&D비중 분석…업계, 비중확대 ‘공염불’
2005-06-09 의약뉴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잇따른 연구개발(R&D) 확대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본지가 지난해 매출액 1천억원 이상의 상위 13개 상장 제약사(12월결산)의 지난 1분기 R&D 규모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13개 제약사들의 지난 1분기 매출액 대비 평균 R&D 비중은 5.91%로 지난해 전체 평균 5.88%에 비해 0.03%포인트 느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마저도 연구개발 중심의 LG생명과학을 제외할 경우 1분기 평균 R&D 비중은 4.27%를 기록, 지난해 4.33%보다도 오히려 0.0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R&D 규모의 경우 1분기 실적만으로 지난해 전체 규모와 비교한다는 것은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다”면서도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R&D 투자와 관련해 ‘공염불’만을 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 상위 제약사들은 지난 3월 사업보고서 제출 이후 저마다 R&D 규모를 최소 20~30%까지 확대하고 향후 5년 이내에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10%선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1분기 실적을 놓고 볼 때 공약(空約)에 그치고 있는 것.
제약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1분기 매출 증가에 비해 R&D 규모가 증가하지 않은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제약사들의 R&D 비중 10% 주장은 업계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말뿐인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업체별로는 LG생명과학이 1분기 매출 552억2천만원 가운데 141억6천만원을 R&D에 지출해 25.60%의 비중으로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LG생명과학은 올해 전년 대비 60억원 가량 늘어난 580억원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미약품도 지난해 평균 8.30%에서 지난 1분기 10.80%를 기록, 꾸준히 R&D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264억5백만원을 R&D에 투자했던 한미약품은 올해는 그 규모를 3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9월 녹십자PBM과의 합병으로 제약업계 신강자로 떠오른 녹십자는 지난해 8.20%에서 4.70%로 3.50%포인트 비중이 줄어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녹십자 관계자는 “지난해 합병 등으로 정확한 매출과 R&D 규모를 파악하기 힘든 만큼 지난해 수치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면서 “지난해 175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R&D 규모를 올해 71억원 확대해 246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외제약과 한독약품도 1분기 R&D 규모만을 감안할 때 지난해 각각 4.70%와 4.50%에서 각각 3.50%와 4.00%로 R&D 비중이 감소했다.
중외제약과 한독약품은 올해 R&D에 각각 200억원과 1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향후 투자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외제약과 한독약품의 지난해 R&D 투자규모는 각각 142억원과 109억원이었다.
특히 조사대상 13개 제약사 가운데 SK그룹 계열사인 동신제약은 1분기 1억7천여만원의 R&D 지출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0.07%에 그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동신제약의 지난해 R&D 비중은 1.02%였다.
한편 이번 13개 조사대상 제약사 가운데 10% 이상의 R&D 비중을 기록한 LG생명과학(24.40→25.60), 한미약품(8.30→10.80) 등을 포함해 동아제약(3.98→4.81), 종근당(5.10→6.20), 보령제약(2.50→2.90), 광동제약(1.40→2.10) 등 6개 업체가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R&D 비중이 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녹십자(8.20→4.70), 중외제약(4.70→3.50), 한독약품(4.50→4.00), 신풍제약(3.20→3.06), 동신제약(1.02→0.07) 등 5개 업체는 R&D 비중이 오히려 줄었으며 유한양행(6.10%)과 제일약품(3.04%)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에 조사대상에 포함된 업체는 지난해 매출 1천억원 이상을 기록한 상위 13개 상장 제약사(12월결산)로 국한했으며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중외제약 ▲한독약품 ▲제일약품 ▲LG생명과학 ▲광동제약 ▲종근당 ▲보령제약 ▲신풍제약 ▲녹십자 ▲동신제약 등이 이에 포함됐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