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현지조사 때 자료제출 NO 명령위반

법원, 요양기관 사정 따라 아무때나 안돼...약사 청구 기각

2017-06-02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현지조사 기간에 내지 못한 자료를 한참 지나서 내더라도 자료제출 명령 위반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약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복지부는 지난 2011년 3월 24일 A씨에게 총 15개월치 진료기록부·처방전·요양급여비용계산서·수진자별 접수 및 수납대역·의약품 구입 서류 등 요양급여 관계서류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또 다음날인 25일에는 36개월치 의료급여 관계서류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복지부는 2011년 3월 28∼31일까지 A씨의 약국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A씨는 31일 자료제출명령위반 확인서에 서명·날인했다.

 

확인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A씨는 복지부 소속 공무원에게 조사명령서와 요양(의료)급여 관계서류 제출요구서를 요구받자 보관 중인 원외처방전·본인부담금수납내역 등은 제출했다.

하지만 A씨는 의약품 구입과 관련, 의약품 구입내역(거래명세서) 중 가장 많은 의약품을 거래하고 있던 의약품 도매상 B약품의 부도를 이유로 의약품 구입내역을 제출하지 못했고, 자료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네는 국민건강보허법 제84조 제2항의 규정에 의거 자료제출명령 위반으로 관계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자세히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구입내역을 제출하지 못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었다.

복지부는 2011년 8월 29일과 9월 7일 A씨에게 의견제출기간을 9월 26일까지로 정해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에 관한 사전통지를 했고, A씨는 B약품이 폐업할 당시의 임직원들을 통해 전산관리업무를 담당하던 회사를 알아내 의약품 구입내역을 확보한 후, 26일 복지부에 의견제출서와 함께 의약품 구입 내역서를 제출했다.

복지부는 A씨가 2008년 2월 1일부터 2009년 2월 28일까지 B약품으로부터의 의약품 구입내역에 대한 제출명령을 위반하고,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한 후 환자의 인적사항·조제내용 등이 적힌 영수증을 C의원에 전달해 원외처방전을 발부받아 약국약제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이유로 2012년 3월 8일 요양기관 업무정지 210일(제출명령 위반 180일+부당청구 30일), 2012년 3월 13일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230일(제출명령 위반 180일+부당청구 50일)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당시 법원은 “각 업무정지 처분 중 보험급여 관계서류 제출명령 위반 부분에 관해 처분사유는 인정되나 재량권을 일탈·남용으로 판단하고, 요양급여비용 등 부당청구에 관한 부분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 업무정지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복지부는 즉각 항소를 제기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복지부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이는 확정됐다.

그러자 복지부는 처분을 다시 내리는 걸로 노선을 바꿨다. 법원이 처분사유가 있지만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한 급여 관계서류(의약품 구입내역 2008년 2월 1일~2009년 2월 28일까지 13개월분) 제출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2017년 3월 13일∼6월 10일까지 9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2016년 11월 23일에는 의료급여 관계서류 제출명령을 위반했다며 90일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다시 소송으로 맞섰다.

A씨는 “이 사건 처분은 2008년 2월 1일부터 2009년 2월 28일까지 약국의 의약품 구입에 관한 서류에 대한 제출명령을 이행하지 않앗음을 처분사유로 한 것”이라며 “복지부의 당초 제출명령에는 이 기간의 의약품 구입에 관한 서류는 포함돼 있지 않았고, 이후 제출요구는 문언 그대로 제출요구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제출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복지부의 제출명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약제의 구입에 관한 서류는 구 의료급여법 제11조의2에서 규정하는 ‘급여비용의 청구에 관한 서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구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 제3호는 상위법률의 위임의 취지를 벗어나 위법하다”며 “제출명령 위반을 이유로 업무정지를 명할 수 없고, 이는 법률유보 원칙 내지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조사직원이 자료 제출명령에 따라 거의 모든 서류를 제출했고, 아버지의 실수로 2008년 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B약품으로부터 의약품 구입내역이 멸실되는 바람이 부득이하게 이를 제출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복지부가 종전 처분 이전에 사전통지를 하면서 상당한 기간의 의견제출기간을 뒀고, 이 기간 내에 의약품 구입내역을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명령에 위반하거나 허위보고를 하거나 소속공무원의 질문 및 검사를 방해·기피한 경우 1년 범위 내에서 요양(급여)기관의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A씨는 현지조사가 종료될 때까지 B약품으로부터 구입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약사가 판매하지 않은 약을 판매한 것처럼 요양급여비를 청구하면 부당청구에 해당하므로 약국이 어떤 약제를 얼마나 구입했는지 등에 관한 내용이 기재돼 있는 의약품 구입내역서는 약국의 부당청구를 판단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전했다.

요양(의료급여)기관에 관계 서류를 작성·보고, 제출명령에 응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취지는 허위·부당 청구 여부 등에 관한 판단의 근거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사후적인 통제 및 감독을 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급여비용의 과다청구·임의 비급여 처리·의약품 오조제나 과잉조제를 방지하는 등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재정을 보호하고 요양(의료)급여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재판부는 “관계서류 제출은 요양기관 형편과 사정에 따라 아무 때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제출명령에서 정한 기한이나 다소 시간을 요하는 경우에도 조사의 실효성을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합리적으로 상당한 기간 내에 이행해야 한다”며 “현지조사 기간 중에 서류 제출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제출명령 위반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의료급여법 시행규칙이 정한 기준에 따라 A씨의 약국에 업무정지기간을 180일로 정했으나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선행 판결의 취지에 따라 위반행위의 동기·목적·정도·위반 횟수 등을 고려해 업무정지 기간 또는 과징금의 2분의 1범위에서 감경한 후 처분했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