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사에 두 번의 자격정지 처분 이유는
서울행정법원...복지부 처분 취소 판결
한 의사에게 1년 동안 리베이트로 인한 2개월 자격정지 처분이 두 차례나 내려졌다. 법원은 두 번째 자격정지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취소 소송에서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10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B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당시 A씨는 B제약사 영업사원 C씨를 통해 B사가 판매하는 의약품의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한 265만 9550원과 40만원을 본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에 복지부는 2016년 3월경 A씨에게 약식명령의 범죄사실과 같은 위반사항을 이유로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9호,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제4조 [별표] 2. 개별기준 가. 35)에 따라 2016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2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A씨가 제약사로부터 수수한 리베이트가 여기서 끝이 아니었던 것.
A씨는 D제약사 영업사원으로부터 D사의 의약품을 처방해주면 현금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자신의 진료실에서 리베이트로 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러한 리베이트 수수 사실도 드러나 A씨는 2016년 5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벌금 700만원, 추징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복지부는 2016년 8월 23일 약식명령의 범죄사실과 같은 위반사항을 이유로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9호,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제4조 [별표] 2. 개별기준 가. 35)에 따라 2017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2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을 ‘또’ 내린 것이다.
2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을 두 번이나 받게 되자 A씨는 두 번째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두번째 처분의 사유가 된 의료법 위반행위와 첫 번째 처분의 사유가 된 의료법 위반행위는 연속해 행해진 수 개의 행위로 시간적·장소적 계속성 및 범의의 단일성이 인정돼 포괄일죄에 해당한다”며 “2015년 10월 약식명령의 기판력은 2016년 5월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2016년 5월 약식명령은 기판력에 반하는 것으로 위법하고, 위법한 형사판결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의료법 위반행위를 포괄일죄로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종전 처분과 이 사건 처분은 모두 2011년 6월 이전의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한 것으로 복지부는 각 위반행위에 대해 동시에 처분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복지부는 종전 처분과 이 사건 처분을 별개로 각각 2개월씩 4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했는바, 이는 평등원칙, 자기구속의 원칙, 비례의 원clr 등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A씨는 B사와 D사로부터 각각 금품을 수수했으므로, 각 제약사의 청탁이 동종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이뤄진 범행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그 전체를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 사건 규칙조항은 수 개의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해 처분기준이 동종인 경우 그 중 더 중한 처분기준에 나머지 처분기준의 2분의 1을 각각 더해 처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가장 중한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기준에 나머지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기준의 2분의 1만 가중하도록 함으로써 각각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기준에 따른 처분을 단순 합산할 경우 제재적 행정처분이 가혹하게 되는 것을 막고자하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 사건 규칙조한의 취지에 더해, 수 개의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해 한 번에 제재처분을 받을 경우와 별개로 제재처분을 받을 경우의 형평성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규칙조항은 복지부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한 후 그 처분 전의 위반행위를 알게 돼 다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참작돼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재판부는 “복지부는 첫 번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한 후, 첫 번째 처분 전의 위반행위인 두 번째 처분의 사유가 되는 사실에 의해 또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했다”며 “게다가 복지부는 첫 번째 처분을 하기 이전에 이미 두 번째 처분의 사유가 되는 사실을 알고 있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두번째 처분은 A씨가 구 의료법 제23조의2를 위반해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받음을 처분사유로 하는 것이지 의료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음을 처분사유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복지부는 첫 번째 처분 당시 첫 번째 처분의 처분사유와 두 번째 처분의 처분사유에 대해 하나의 처분을 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복지부가 하나의 처분을 했을 경우, 그 처분의 최대한은 이 사건 규칙조항에 따라 3개월을 넘지 않았을 것이지만, 복지부는 A씨에게 2개월의 자격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첫 번째 처분을 한 후, 규칙조항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시 두 번째 처분을 했다”며 “이는 결국 A씨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은 한 번에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을 경우보다 더 중한 결과가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