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에 막힌 면역항암제, 각자도생 시대로

티쎈트릭, 3상 실패...후발주자 영향 촉각

2017-05-11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진행성 방광암 시장을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던 면역항암제들에 급제동이 걸렸다.

선두에 섰던 로슈의 티쏀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최종 승인을 위한 후기 임상에서 생존률 개선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한 것.

로슈는 10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티쎈트릭의 IMvigor211 3상 임상 실패 소식을 전했다.

티쎈트릭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의 연구결과와 일치했지만, 1차 치료목표였던 항암화학요법 대비 전체생존률(OS, Overall Survival) 개선에는 실패했다는 것.

앞서 진행성 방광암 적응증 허가의 근거가 됐던 IMvigor210와 마찬가지로 IMvigor211 임상에서도 티쎈트릭의 치료효과는 유지됐지만,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예상보다 더 연장되면서 1차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기는 하지만 티쎈트릭이 진행성 방광암 환자의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멘트로 상실감을 전달했다.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는 연말께 발표될 예정이라지만, 신속승인 후 최종 허가를 위한 후기 임상 목표 달성에 실패한 만큼 최악의 경우 방광암 적응증 취소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로슈 측에서는 허가 당국과 연구 데이터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티쎈트릭의 실족으로 뒤를 쫓고 있는 후발주자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미FDA는 이 달 들어서만 두 개의 면역항암제를 진행성 방광암에 신속승인했다.

지난 1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이, 티쎈트릭의 임상 실패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인 9일에는 화이자와 머크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이 진행성 방광암에 신속승인을 획득했다.

두 제품 모두 티쎈트릭과 같은 PD-L1을 타겟으로 하는 면역항암제로, 이들에 앞서서는 지난해 2월 BMS와 오노의 항PD-1 면역억제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방광암에 허가를 획득했으며,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도 신승승인을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PD-L1과 PD-1수용체의 결합을 차단해 T-세포의 항암 작용을 회복시키는 단일클론 항체로, 주요 임상을 통해 확인된 반응률과 반응지속기간을 근거로 신속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선두주자 중 하나였던 티쎈트릭의 낙마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후발 주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됐다. 티센트릭의 실족을 마냥 기뻐할 것이 아니라 반면교사 삼아야 할 상황이다.

특히, 키트루다가 주장해 온 약제별 차별화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PD-1과 PD-L1의 결합을 차단한다는 기전은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약제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지난해 키트루다는 폐암 1차 치료 분야에서 PD-L1 발현율을 근거로 임상을 진행, 생존률 개선 효과를 입증하며 적응증을 확대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반면, 경쟁제품인 옵디보는 보다 폭넓은 환자를 대상으로 폐암 1차 치료 영역에 도전했다가 항암화학요법 대비 생존룔 개선에 실패, 병용요법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키트루다는 ‘동반진단’의 가치를 내세우며 같은 PD-1 억제제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신 역시 티센트릭의 임상 실패 소식에 “이번 실패는 면역항암제가 치료 혁신에 대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또 다른 예”라고 촌평하고 나섰다.

항암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며 거침없이 진격하던 면역항암제들의 생존전략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