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티쎈트릭’ 방광암 임상 3상 실패

예상 밖 전체 생존기간 연장 못해...적응증 취소 위기

2017-05-11     의약뉴스 이한기 기자

스위스 기반의 다국적 제약기업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Tecentriq, 아테졸리주맙)이 치료경험이 있는 진행성 방광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후기 임상시험에서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전체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연장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적응증에 대한 승인상태가 유지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티쎈트릭은 미국에서 작년 5월에 신속 승인됐지만 FDA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시험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로슈는 항암화학요법 도중 또는 이후 병이 진행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 931명을 대상으로 티쎈트릭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 3상 IMvigor211 연구에서 전체 생존기간에 대한 일차 평가변수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비슷한 면역항암제인 MSD의 키트루다는 치료경험이 있는 진행성 요로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전체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입증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과다.

IMvigor211은 이전에 실시된 IMvigor210의 연구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다. 미 FDA는 IMvigor210 자료를 근거로 티쎈트릭을 방광암 치료제로 신속 승인했다. 로슈는 IMvigor211의 티쎈트릭 투여군에서 관찰된 치료결과가 이전 연구결과와 일치했지만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예상보다 더 연장되면서 유의성 도달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로슈의 산드라 호닝 최고의료책임자는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기는 하지만 티쎈트릭이 진행성 방광암 환자의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보건당국들과 연구 자료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FDA는 티쎈트릭을 시스플라틴 항암화학요법이 적합하지 않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를 위한 1차 치료제로 신속 승인했다. 현재 이와 관련된 임상 3상 단계의 확증적 임상시험인 IMvigor130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폐암에 대한 치료제로도 승인된 티쎈트릭은 로슈의 항암제 사업 전략에서 핵심적인 제품이며 다양한 유형의 암에 대한 병용요법들의 기반요법(backbone)이 될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현재 로슈는 30건 이상의 임상시험을 통해 티쎈트릭을 평가 중이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7월 중에 발표되는 폐암에 대한 후기 임상시험 결과가 더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번 임상 실패로 인해 향후 기록할 수 있는 연매출액 중 최대 10억 달러가 날아갈 가능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이 임상 실패는 경쟁사들이 해당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주에 미국 FDA는 화이자와 독일 머크의 면역항암제 바벤시오(Bavencio)를 진행성 방광암 치료제로 신속 승인했다.

티쎈트릭은 PD-L1 억제제 계열의 약물이며 면역체계를 도와 암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번 실패는 면역항암제가 치료 혁신에 대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또 다른 예로 남을 수 있다. 작년에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옵디보가 폐암 임상시험에서 1차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을 유의하게 연장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