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안되는 당직비에, 주80시간도 안 지켜져
대전협, 전국수련병원 수련평가 설문조사…적극적 조치 필요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당직비를 주는가하면, 주80시간이라는 원칙도 안 지키는 수련병원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기동훈)는 31일, ‘닥터브릿지.com’을 통해 ‘2016 전국수련병원 수련평가 설문조사’를 공개한다.
전공의의 입장에서 시작한 첫 수련병원 평가인 이번 설문조사는 각 문항의 순위를 전체 순위가 아닌 수련중인 전공의 수를 고려한 병원 별 규모로 나눠 ▲100명 이내 전공의 수련병원 ▲100~200명 전공의 수련 병원 △200~500명 전공의 수련 병원 ▲500명 이상 전공의 수련 병원 등 총4개 그룹별 순위를 매겼다.
설문조사 결과, 비슷한 규모 안에서도 전공의 수련환경의 양극성은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후문이다. 특히 당직비관련 문항에서는 1위 병원과 맨 끝 순위 병원의 데이터가 7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했으며 대부분의 그룹에서 4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귀하의 주말 하루 평균 당직비는 얼마입니까?’라는 문항의 순위결과를 보면, 100명 이내 그룹의 1위는 강릉아산병원으로 12만 4670원이고 공동 15위인 대동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은 1만 7500원으로 약 7배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100~200명 그룹에서 1위는 강북삼성병원으로 10만 5960원, 29위 동아대병원은 2만 200원으로 약5배의 차이였으며, 200~500명 그룹의 경우도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1위인 아주대병원은 8만 9410원, 16위인 고려대구로병원은 1만 7160원으로 약 5배의 수치였다.
500명 이상 그룹의 경우는 1위 가톨릭중앙의료원이 15만 3850원, 5위인 서울대병원이 7만 8060원으로 약 2배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이어 ‘주치의 역할을 하는 경우에 환자를 한 번에 평균 몇 명 담당합니까?’ 문항 역시 조사 결과,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이내 수련병원의 경우 1위인 강원대병원이 8.3명, 16위인 광주기독병원이 28.3명으로 약3.4배나 차이가 났으며, 그 외의 그룹에서는 평균 2배 정도의 차이를 나타냈다. 500명 이상 그룹에서는 1위와 5위의 차이가 단 4명에 불과할 정도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본인의 업무 중 전공의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십니까?’ 문항의 경우, 규모별에 큰 상관없이 대부분의 병원이 10~25% 대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병원은 가천대길병원으로 29.310%에 달했다.
또한 전공의특별법 이후, 전공의의 주당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제한됐지만 대부분 수련병원에서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결과, 80시간을 넘지 않는 병원은 각 그룹별 상위 1~3위 정도밖에 없었고 500명 이상 그룹에서는 단 한 병원도 발견되지 않았다. 1위가 서울아산병원으로 주 평균 근무시간이 약 92시간인 것으로 드러났고, 5위인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05시간에 육박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법 시행 전부터 대통령령으로 8개 항목 개정 등 수차례 수련환경 개선이 주장되어 왔지만 아직도 주 80시간 이상 근무 병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업무시간을 줄이더라도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교육의 질 저하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전협은 “정부와 전공의 수련평가위원회의 적극적인 조사와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직비 역시 아직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최근 많은 병원들이 기본 급여를 낮추고 당직비를 올리는 꼼수를 보여 왔음에도 이런 수준에 그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31일 닥터브릿지를 통해 병원별, 규모별 순위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정리해서 언론을 통해 국민들 앞에 밝히고, 수련환경 상향평준화에 대한 공감을 얻어갈 것이라는 계획이다.
기동훈 회장은 “첫 시도이니만큼 여러 번의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진행했다”며 “특히 전공의들의 높은 참여율과, 언론의 깊은 관심을 보며 더 신뢰성 있는 결과가 도출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기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가 본래 취지를 잃지 않고 계속 이어져, 대한민국 수련환경 개선과 국민안전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평가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슈가 돼 전공의들은 물론 의료계와 언론들까지 주목했다.
그 결과 역대 최대 응답률을 기록하며 설문조사는 성료됐고, 의료계 선배들과 언론, 국내 최고 수준의 통계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공의 수련환경 조사 평가위원회’가 발족되기도 했다.
위원회에는 강청희 위원(前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임인석 위원(중앙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용민 위원(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및 대전협 이사진 그리고 고려대 통계연구소가 참여했으며, 문항별 가중치와 분류 방법, 공개 수위 등을 논의해 왔다.
강청희 위원은 “뜻있는 의료계의 염원이었던 전공의법의 시행과 함께 전공의협의회 자체적으로 최초 설계되어 진행된 설문조사라 더욱 뜻이 깊다”며 “신뢰할 수 있는 통계연구소, 공신력 있는 언론이 함께하는 만큼 이 결과물들은 계속 의미 있는 데이터로 쌓여갈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더 다양하고 심도 깊은 문항들과 객관적 분석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 수련평가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인석 위원도 “이렇게 전공의들의 시각으로 수련환경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양질의 수련, 국민에게 안전한 환경, 훌륭한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는 수련환경으로 상향평준화되는 그 날 까지 이 설문조사는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용민 위원 역시 “이번에 공개되는 ‘2016년 전공의 수련환경평가 및 만족도’ 결과는 전공의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전공의들 스스로 직접 자신들의 수련환경과 만족도를 조사, 분석하여 발표함으로서 실질적으로 전공의들이 수련과정 평가에 참여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순위 매김 등 일부 예민한 부분은 있었지만 이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고 이번 조사가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져 실제 전공의 수련환경개선에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