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도 수술 성공했더니 소송 휘말려

서울중앙지방법원...“의료진 과실 없다”

2017-03-2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뇌동맥류 환자를 비교적 조기에 고난이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의료진은 의료소송에 휘말렸다. 법원은 불가항력적인 합병증이라고 판단해 환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A씨와 부인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5월경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세를 일으키며 B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A씨는 5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았으며, 3개월 전까지 약물을 복용했지만 중단한 상태였다.

조영제 없는 뇌 컴퓨터단층(CT) 촬영 결과, A씨는 응급실 수련의로부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4시간 뒤 영상의학과에서 다시 판독한 결과, 제4뇌실내출혈을 보이는 지주막하출혈로 진단돼 입원했다.

다시 혈관조영CT촬영과 디지털감산혈관조영술(DSA)을 시행한 결과, 좌측 원위부 추골동맥에 박리성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의료진은 진통제·혈압 강하제로 혈압 상승을 조절하고, 지주막하출혈 후의 허혈성 신경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약물치료를 한 뒤, 뇌동맥류 치료를 위한 코일색전술을 시행했다.

이후, A씨는 재활치료로 호전을 보여 퇴원했으나 신경학적 결손이 지속되는 상태로 구음 장애·좌반신 근력 저하·소뇌기능부전에 따른 보행장애·연하장애 등이 있지만 모두 경도에 해당, 독립적 보행과 음식물의 경구 섭취가 가능한 상태다.

지적 기능 면에서 기억과 관리기능은 평균범위 내에 있으나 정서 불안·우울감·사회적 적응 장애 등 경도의 신경인지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

A씨는 “고혈압 전력이 있고, 응급실 내원 당시 두통 등의 증세를 호소했으므로 CT영상에 대해 뇌출혈 증상을 염두에 두고 주의깊게 판독해야 했음에도 경험이 없는 수련의에게 이를 맡김으로써 뇌출혈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뇌출혈 환자를 4시간 동안 방치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뇌출혈 진단을 한 후에도 수술할 의사가 없다며 관련 병원에서 의사가 올 때까지 8시간 정도 수술을 지체한 과실로 인해 인지 장애·연하 장애 등의 후유증이 발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뇌동맥 파열의 경우 전체 사망률이 33∼50%에 달하며, 첫 번째 출혈을 일으킨 환자의 1/3이 사망하고, 1/3은 심각한 장애가 남는 상태로 생존하며, 나머지 1/3만 출혈로부터 회복된다”며 “뇌동맥류는 뇌의 전반부 혈액을 공급하는 전순환관계에서 92%가, 후반부의 혈액을 공급하는 후순환계에서 8%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의 경우 뇌동맥류의 92%가 발생하는 전순환계가 아닌 후순환계(8%)인 좌측 추골동맥의 동맥류 파열로 매우 드문 위치에 발병했고, 좌측 추골동맥을 막는 색전술을 하면서 동시에 전척수동맥이 막히면 척수경색이 발생하므로 척수동맥의 혈액의 흐름을 살려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경우”라고 전했다.

뇌동맥류 수술은 가능한 한 조기수술을 하는 것이 추세로, 파열 후 72시간 내에 하면 조기수술로 분류한다. 반면 후순환계 동맥류나 수술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는 1∼2주 내에 지연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의 경우 출혈의 양이 매우 적고, 재출혈이 발생하지 않아 응급수술까지 요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비교적 조기인 12시간 이내에 고난이도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골동맥이 폐쇄돼 뇌혈류 공급이 저하되는 경우 소뇌 부위의 신경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신경학적 결손에 따른 현 후유장애는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좌측 추골동맥을 막는 색전술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합병증”이라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A씨의 경우와 같이 추골동맥이 폐쇄돼 뇌혈류 공급이 저하된 경우 소뇌경색·하부 뇌신경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어지럼증·메스꺼움·두통·보행 불안정·연하 장애·목소리 변성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