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주식인 이유
2005-05-16 의약뉴스
WTO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농산물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 그로 인해 한 가마(80kg)당 3만 5천원에 불과한 중국산 쌀이 밀려들어온다면 우리는 도저히 국제적인 경쟁력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생산원가의 절반도 못 미치는 가격 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가의 손해를 덜어주기 위해 정부에서 비싸게 수매해 주는 간접 보상제도 금지된다.
얼마 전, 일부 농민들이 수확을 앞둔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은 것도 WTO 개방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그렇다고 벼농사를 포기하고 황폐화된 농토에 앉아 하늘만 바라볼 수 없는 일이기에 정부에서 대책을 세운 것이 직불제이다.
정부는 3년 동안 연속으로 벼를 경작해 온 논에 한해 1 헥타르(1 ha=3천평)당 20만원의 비율로(예를 들어 600평의 논을 경작한다면 4만원) 보조금을 통장을 통해 지급하는 직불제를 금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현재는 300평 이상 6천 평 이하의 농지를 소유한 농가에만 해당되지만 앞으로 보상금도 증액되고 밭농사와 식량 감산을 위해 휴경(休耕)하는 농지까지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직불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은 20%, 일본은 10%, 유럽은 80%에 해당하는 손해보상을 농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기던 30여 년 전에 비하면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귀에 익숙하던 70년대 초, 새마을운동은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식량을 증산하는 운동이었다. 당시 상영된 ‘쌀’이라는 영화에서 ‘쌀밥을 실컷 먹어봤으면 한이 없겠다’는 유언을 남기며 숨을 거두는 농부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쌀 농사는 모든 농사 가운데서도 우선 이었다.
90년대 후반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정부의 쌀 증산정책에 힘입어 700만 섬에 이르는 재고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1인당 년 소비량을 93kg으로 잡았을 때 비상시국을 대비한 전 국민의 2개 월분 비축 량인 600만 섬을 훨씬 넘기는 재고량이다.
그러나 GNP가 향상된 후부터는 음식문화까지 세계화, 국제화가 되어 쌀밥이 아닌 밀 것을 먹어야만 중산층 이상의 지식인 대열에 낀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국민들이 많아졌다.
입으로는 신토불이를 외치면서도 외국산 밀가루, 수입사료로 키운 양계장의 계란과 젓소 우유가 우리의 주식이 되어 쌀 소비량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오죽하면 남아도는 쌀을 처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한 지원을 여야가 한 목소리로 외치겠는가.
직불제를 시행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환경 친화적인 영농방식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인천광역시 농업기술센터는 직불제를 실시하며 농지에 잔존하는 비료와 농약의 함량을 수시로 측정한다고 한다. 기준치를 두 차례 이상 위반하는 농민에게는 보조금을 중단하는 등 불이익을 주므로 써 비옥한 토양을 보존하고 환경 공해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값싸고 맛이 있는 수입쌀을 제쳐놓고 직불제를 시행하면서까지 정부에서 쌀 농사를 장려하는 이유는 단순히 가슴을 치며 논밭을 갈아엎는 농민들을 살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신토불이와 애국심을 들먹이며 굳이 빵 대신 쌀밥을 주식으로 삼으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살기 위해서다. 논에 모를 심는 순간부터 초록 식물은 대기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인간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탄소동화작용의 주역이 되기 때문이다.
푸른 산뿐 아니라 주변의 논밭에서도 초록색 농작물이 대기의 허파꽈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의 농산물을 주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