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노인요양보장실행준비단 이수태 단장
2005-05-15 의약뉴스
요즘 이수태 단장(53)은 노인요양보장제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직책에 따른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이 쉽지만은 않은 탓이다. 당장 오는 7월로 예정된 시범사업을 무리없이 준비하는 것이 먼저다.
◇“노인문제, 국가가 나설 때”
노인문제를 가정에 떠맡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나마 부모, 자식간의 정(情)이란 이름으로 치장되거나 인륜(人倫)이란 것이 조금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을 때 말이다. 요즘처럼 황폐해진 시대에 노인은 그야말로 설자리가 없다. 늙고 병들고 힘없는 노인은 말할 것도 없다.
노인 인구는 벌써 10%대로 내닫고 있다. 노인 문제로 가정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노인의 인권이 심하게 침해받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 단장은 국가가 나설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간 경제사정이나 소득문제로 노인요양보험제도의 도입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부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노인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리 대책을 세워놓지 않으면 사회적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이 단장은 지금이 제도 도입의 최적기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무르익었다는 말이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있고, 십시일반 갹출하겠다는 의사도 밝히고 있다. 제도의 완성은 소득수준이 아니라 밑바닥에 깔린 ‘정신’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가족 해체…“재가관리 시스템으로 해소”
현대란 화려한 조명 이면에 숨죽인 사람들이 노인이다. 아니, 자본주의 사회의 외곽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가족 속에 노인들이 있다. 경제사정 때문에 부모를 봉양하고 싶어도 할 수 없거나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못난(?) 자식들도 있다. 부모를 요양시설에 맡기는 것을 죄스러워하거나 못내 한숨을 짓는 자식들도 있다.
노인요양보장제도가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고 이 단장은 말했다. 재가관리 시스템이 바로 그것. 치료 대상의 80%를 이런 시스템 내에 두려고 구상하고 있다. 요양보호사(Homehelper)가 가정을 방문, 노인들을 보살피는 제도다.
요양시설을 거부하는 노인과 그 가족에겐 안성맞춤이다. 노인은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서 좋고, 가족들은 부모를 고려장하지 않아 좋다.
“외국의 경우도 노인들이 대개 요양시설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 소외감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재가관리 시스템이다. 노인은 물론 가정도 보호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가족 해체의 반사회적인 현상을 막을 수 있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시범사업, 내년 4월 ‘일반 노인’으로 확대
오는 7월 시범사업을 앞두고 이 단장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당장 이달안에 6개 시범사업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에 각 지사별로 운영팀을 설치해야 한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30명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물론 행정지원은 공단 내부직원의 몫이다.
일단 1차 시범사업의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인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수가적용 문제에서부터 캐어플랜을 적용할 방침이다. 시스템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와 가동성은 어떠한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토대로 내년 4월에는 일반 가정의 노인을 대상으로 2차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인 만큼 국고로 진행될 것으로 그는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전문용어로 이번 시범사업을 기술적시범사업이라고 부른다. 세부 테크놀로지에 대한 테스트를 한다고 보면 된다.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다만 처음 시행하는 것이다 보니 적잖이 힘겹다.”
◇“아직도 경로사상 남아있어”…국민, 제도에 긍정적
얼마전 이 단장은 일본에 방문한 적이 있다. 노인요양보장제도에 대해 공부를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그는 일본 사람들에게 자랑했다고 한다.
“한국사회는 유교적인 기반인 경로효친 사상이 남아 있다. 어려움을 나눠지려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제도의 성공여부는 ‘정신적 기반’이다. 국민합의 속에서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단장은 이의 근거로 제도 도입과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현재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의 10%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70%가 동의했고, 부모를 이미 사별한 응답자도 60% 이상이 기꺼이 부담하겠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에 따른 재원은 국민은 물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조금씩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노인문제를 방치해 추후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All in. 이 단장은 노인요양보장실행준비단장을 맡은 뒤 생활신조가 바뀌었다. 그는 공단 내에서는 알아주는 글쟁이(?)다. 이미 지난 1989년 음악평론으로 '객석' 예술평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수필집도 여러 권 냈다. 글은 좋아서 쓰지만, 일은 힘겨워도 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잠시 펜을 접고, 올인한다고 했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