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유사업자 외 의료유사행위는 ‘불법’

서울행정법원...“민간 침구사 자격으로 침시술소 개설 못해”

2017-03-07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민간에서 발급하고 있는 침구사 자격으로는 의료기관(침시술소)을 개설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료유사업자 이외의 사람은 의료유사행위가 금지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A보건의료생활협동조합이 서울시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낸 의료유사업소(침시술소) 개설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조합은 서울시 동대문구에 침시술소를 개설하기 위해 지난해 5월경 동대문구청장에게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했다.

이에 동대문구청장은 의료유사업자(침사·구사) 자격증 사본과 건축물 용도를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할 것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동대문구청장은 보완이 필요한 민원문서를 요청했지만 A조합은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구청은 의료법 제81조 제1항에 의해 의료법이 시행되기 전의 규정에 따라 자격을 받은 유사의료업자는 시술을 업으로 할 수 있지만 B과학원에서 발급한 침구사 자격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개설신고를 반려했다.

그러나 A조합은 “의료법 제81조 제1항에 의하면 1962년 3월 20일 의료법으로 전부 개정되지 전의 구 국민의료법에 따라 침사, 구사 등의 자격을 받은 사람만이 해당 시술을 업으로 할 수 있는데 이는 현재 취득하기 불가능한 자격을 요구하는 것으로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침구사는 자격기본법에 따라 운영할 수 있는 민간자격에 해당하고, B과학원은 자격기본법 부칙 제3조에 따라 민간자격을 관리·운영할 수 있다”며 “B과학원으로부터 취득한 침구사 자격은 국가가 공인한 자격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여기에 “국무총리 산하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국가 공인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ISO 인증 취득을 권유해 2004년 3월 25일 ISO 인증을 취득했다”면서 “전문대학 산업체 위탁교육 시행지침에 의거해 C대학과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 위탁교육을 실시한 후 수료자를 대상으로 침구사 자격시험을 실시해 자격을 부여해 왔고, 과세관청이 A조합이 실시한 자격시험의 응시료에 관해 과세를 해 온 점 등에 비춰 국가기관이 원고에게 부여한 신뢰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조합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의료법은 1962년 3월 20일 의료법으로 전부 개정하면서 의료업자로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원·간호원을 두고, 의사가 아니면 의료를, 치과의사가 아니면 치료의료를, 한의사가 아니면 한방의료를, 조산원이 아니면 조산업무를, 간호원이 아니면 간호업무를 행하지 못한다고 규정했고, 의료유사업자제도에 관한 규정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부칙에서 본법 시행 당시 의사·한지의사·치과의사·한지치과의사·한의사·한지한의사·보건원·조산원·간호원 및 유사의료업자의 면허 및 자격과 기타 의료상의 권리는 본법에 의하여 취득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유사업자령은 1962년 7월 21일 보건사회부령 제85호로 개정되면서 접골사·침사·구사·안마사의 시술자 자격취득에 관한 규정을 삭제했다”며 “1973년 2월 16일 전부 개정된 구 의료법은 법 시행 전에 종전의 규정에 의해 자격을 인정받은 접골사·침사 또는 구사 등 의료유사업자는 그 시술행위를 업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며, 의료유사업자령은 1973년 10월 31일 폐지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유사업제제도를 폐지하면서 한의사 등에게만 침술행위 등을 허용하되, 구 국민의료법에 의해 자격을 취득한 침사 등 의료유사업자에 한해 시술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인이 아니면서 어떤 특정분야에 관해 우수한 의료능력을 가진 한 부류의 의료인들(넓은 의미)이 있다고 한다면,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을 위해 입법자로서는 이들의 지식과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고, 이들에게 의료인 자격을 부여하는 경우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면밀히 검토한 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 이들에게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자격기본법에 관련한 주장에 대해 “의료유사행위는 국민의 생명·건강에 직결되는 것으로 한의사 등 의료법 소정의 의료인, 의료법 시행 전 규정에 따른 자격을 취득한 의료유사업자 이외의 사람은 유사의료행위가 금지된다”며 “동양의학표준과학원이 교육부 장관이 지정하는 관계 전문기관 또는 단체에 민간자격을 등록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침구사 자격을 신설 및 관리·운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뢰 이익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개인에 대해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해야 한다”며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해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개인이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행정청이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돼야 하며, 견해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해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ㅁ녀서 “국가기관이 원고에게 의료유사업을 할 수 있다는 공적 견해를 표명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