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분비억제제, 세균성 감염 위험과 연관

소화기 감염 위험 높아져...남용 피해야

2017-01-23     의약뉴스 이한기 기자
 

프로톤 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s, PPI) 계열의 위산분비 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이 약을 복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장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의약품을 복용한 18만8000여명에 대한 자료와 이 약을 복용하지 않은 37만7000여명에 대한 자료를 조사했다. 약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복용한 사람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에 의한 중증 설사를 경험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한 사람의 경우 이러한 감염증의 발생 가능성이 1.4배 더 높으며 병원에 있지 않은 사람의 경우 1.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PPI를 복용한 사람들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캄필로박터 감염 위험이 입원한 경우 4.5배 더 높고 입원하지 않은 경우 3.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수석저자인 스코틀랜드 던디대학교 약리학 토마스 맥도널드 박사는 “감염증에 대한 방어벽 역할을 하는 위산이 줄어들면서 소화기계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하며 “PPI의 주된 위험이 소화기 감염”이라고 밝혔다.

맥도널드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스코틀랜드에서 1999년부터 2013년 사이에 수집된 대변샘플들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세균성 감염에 대한 양성 결과가 2만2705건이 나왔으며 이 중 1만5273건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감염, 6590건은 캄필로박터 감염이었다.

연구 저자들은 영국 임상약리학 저널에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연구진은 살모넬라균, 이질균(Shigella), 대장균(Escherichia coli)에 대한 검사도 실시했지만 PPI와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 저자는 이 연구의 한계점이 스코틀랜드에서 2004년부터 이러한 의약품을 처방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을 통해 PPI를 복용한 사람들에 대한 자료만 분석했다는 점이며 세균성 감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인 비만, 흡연, 음주에 대한 자료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연구에 참가하지 않은 폴란드 포메라니안 의과대학의 보이치에흐 말릭츠 박사는 이전에 실시된 PPI와 감염증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서는 일관되지 않은 결과가 나왔었다고 말했다.

말릭츠 박사는 “PPI 사용과 관련된 주된 문제점은 남용”이며 “이러한 의약품은 적응증에 맞게 사용했을 때 매우 강력하면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클레어 스티브스 박사는 “궤양 같은 위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위산감소가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PPI를 통해 유익성을 확실히 경험할 수 있지만 다른 환자들은 예방 혹은 경미한 증상 치료를 위해 PPI를 복용한다”며 "이 연구는 개인에 따라 위험성과 유익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때로는 식단 및 생활습관 변화 같은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