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건강 지킴이 방문간호사 ‘고용안정’을
사회복지사 대비 상대적 차별...정규직 공무원 전환 요구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이에 따른 건강 취약계층의 확대로 방문보건인력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안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일선에서 방문보건사업을 담당하는 전문가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직위가 보장되어야 하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서는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대한간호정우회는 9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방문건강관리사업 방문보건전담인력 당면과제와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방문간호사의 ‘고용안정’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방문건강관리사업은 보건소 소속의 방문간호사가 동주민센터 소속의 사회복지사들과 2인 1조로 팀을 이뤄 노인 문제의 통합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독립적 생활이 어려운 허약노인들을 집중 관리해 장기요양으로 넘어가는 것을 억제하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토론회에서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서의 방문보건 현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중앙대학교 간호대학 장숙랑 부교수는 실제로 이 사업을 통해 허약노인들을 건강자원(건강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연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건강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이 사업이 지역사회 전반의 건강수준을 높이고 건강 불평등을 해소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방문간호사의 고용 안정이 보장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장 교수에 이어 ‘우리나라 방문보건전담인력의 신분보장을 위한 법적 검토’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대한간호정우회 간호정치연구소 이연숙 이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 배치된 방문간호사들은 총 600명으로 이 가운데 무기계약직이 437명, 기간제근로자가 135명, 시간제가 28명으로 정규직 근로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함께 팀을 이루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모두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력 또한 사회복지사들이 1개 동 당 4~8명에 달하는 반면 방문간호사는 1개 동 당 1명만 배치되고 있어 사회복지사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장 교수는 방문보건간호사들이 동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사와 팀을 이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소 소속으로 되어 있어 소속감이 결여되고 있으며, 업무처리나 공지회람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건소 소속으로 동주민센터에서 일하다보니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정보접근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장 교수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은 방문간호사와 사회복지사의 하모니에 성패가 달려있다”면서 “하모니가 가능하려면 의사결정과정에서 동등한 위치, 고용조건이 동일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직급의 문제, 고용 안정화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연숙 이사는 간호사의 고용안정을 위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채용을 의무화한 사회복지법 상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범위에 간호사를 포함하도록 해 방문간호사를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그에 따른 비용의 근거도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또한 지역보건법 제16조에 규정된 전문인력의 적정 배치를 근거로 공무원 신분의 방문간호사를 배치할 것을 제언하고, 기타 유사 법 검토나 신규 법 조항을 추가해 방문간호사의 고용 안정을 위한 법률 제정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러한 제언에 대해 대한간호정우회 김희걸 회장은 “법적 근거가 미비해 방문전담인력의 처우개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간호사의 정치적 역량강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면서 “대한간호정우회도 최선을 다해 끝까지 여러분 곁을 지킬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한 서울시 나백주 시민건강국장은 “찾동 방문간호사업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꾸준하게 성장해 왔고, 지난해 평가에서 가장 주민만족도가 높은 사업으로 칭찬받았다”면서 “앞으로 더 확대되어야 하고 강화되어져야 할 사업인데, 현재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처우문제와 행정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공감의 뜻을 밝혔다.
이어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겠지만, 같이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 보건의료 전달체계와 공공보건 인력의 안정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서울시도 힘닿는 한 지원하고 함께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한국방문보건협회 최상금 회장은 신경림, 남인순 의원과 함께 노력한 결과, 지역보건법에 관련 인력의 ‘고용 안정과 자질 향상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만들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조항까지는 추가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토론회에 참석한 방문간호사들을 향해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같이 나간다는 생각으로 함께해 달라”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