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사망 인과관계 없어도 '주의의무 위반'

서울중앙지방법원..."신속한 조치 없어"

2016-12-2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료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없지만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의사 B씨, C의료법인, 간병인 소속 법인인 D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B씨에게만 2억 2046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6월 경 목·척추 등의 통증과 왼쪽 팔에 힘이 없다며 A병원에 내원했다. B씨는 목 척추 및 허리 척추 부위 신경관 추간판 협착으로 진단했다.

A씨는 B시가 운영하는 병원에 내원해 1차 A-FIMS 시술(자동주사방식 신경자극술 및 미세유착박리술) 및 물리치료, 걷기운동 교육 등을 받았다. 그로부터 2주가량 지난 뒤엔 병원에 입원해 경추 4-7번 및 요추 4, 5번, 51번 부위에 대해 1차 FIMS 시술을 받고, 다음날 운동치료, 물리/도수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다시 2주 정도 지난 뒤 A씨는 B씨의 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았는데, 당시 왼쪽 다리 저린 증상은 많이 호전됐고, 등 뒤 절반에서 아래쪽 통증만 조금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로부터 또 2주가 지난 뒤 A씨는 B씨의 병원에 입원, 요추 4-5번, 경추 4-6번 부위에 대해 2차 FIMS 시술을 받고 다음날 퇴원했다. 10여일이 지난 뒤, 진료를 받았을 때 A씨는 통증 정도가 호전된 상태였다.

20여일이 지난 뒤 A씨는 B씨의 병원에 입원, 경추 3-6번, 요추 4-5번 부위에 대해 3차 FIMS 시술 및 후두골에 대해 A-FIMS 시술을 받았는데, 그날부터 두통을 호소하면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B씨는 A씨에게 위장간 조절제, 진통제, 생리식염수 및 비타민제 등을 투여했으나 A씨는 지속적으로 두통, 오심, 구토 증상을 보였다. A씨는 계속적인 두통을 호소하다가 입원한 지 이틀이 지났을 때 두통이 덜한 것 같다며 병원에서 퇴원했다.

퇴원하고 이틀이 지난 뒤, A씨는 3차 시술 이후 발생한 심한 두통으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CT·MRI 검사결과, 제3, 4뇌실 내 출혈·교뇌 및 연수 주변부의 지주막하 출혈과 오른쪽 척추동맥 박리 의심 소견이 나왔다.

A씨의 의식이 저하되자 대학병원 의료진은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했고, 의식상태도 호전됐다.

A씨는 C의료법인이 운영하는 C대학병원으로 전원 했는데 C대학병원 의료진은 MRI 검사결과, 왼쪽 경추동맥에 박리 소견이 나오자 스텐트를 삽입했다. 이후 의료진은 A씨에게 뇌실외 배액(EVD) 삽입술과 뇌실복강단락술을 시행했다.

C대학병원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던 A씨는 D법인 소속 간병인 E씨와 간병계약을 체결했다.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A씨는 재활의학과에서 가정의학과로 전실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침대에서 내려오다 떨어지는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 이로 인해 A씨는 좌측 천막 부위 경막하출혈·오른쪽 상악동 골절·우측 외측하 분출골절·오른쪽 눈 부위 열상 등 상해를 입었다.

의료진은 A씨의 의식이 악화되자 뇌CT 검사를 시행했는데, 검사 결과 출혈량이 증가한 것을 확인하고 응급개두술을 시행한 후 중환자실에서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다. 그러나 A씨는 경막하출혈을 원인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B씨, D법인, C의료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B씨는 3차 시술시 A씨에게 척추동맥 박리를 일으키고 물리·도수치료를 하면서 척추동맥 박리 증상을 악화시킨 과실이 있다”며 “시술 이후 A씨는 지속적인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 확인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만연히 퇴원을 지시하는 등 경과관찰의무, 전원의무 및 요양방법지도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D법인에 대해서는 “간병인에게 간병교육 등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고, 간병인은 간병수칙을 위반해 침대에서 떨어진 곳에 보조침대를 놓아뒀다”며 “이 사건 사고 당시 잠에서 깨어났음에도 보조침대에 누운 상태로 A씨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지 않는 등의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C의료법인에 대해서도 “A씨와의 입원약정에 따라 환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적절한 낙상방지교육을 하지 않고, 낙상예방을 위한 시설을 하지 않는 등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사고 이후 A씨에 대해 CT 촬영 및 개두술 등 추가적인 뇌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유족들이 제기한 주장 중 B씨에 대한 부분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FIMS 시술 중 주사기 천자로 경추의 경막과 지주막 안의 혈관에서 출혈 가능성이 있고, 시술 직후 지속적으로 강한 두통·구토·오심 증상을 호소했다”며 “뇌CT 검사에서 뇌실 출혈·뇌지주막하 출혈·경추부 지주막하 출혈이 있는 것으로 관찰된 점 등을 미뤄볼 때 시술 중 동맥 손상에 의해 뇌지주막하 출혈과 두통·오심·구토 증상이 초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두통·오심·구토 등은 FIMS 시술 후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 아님에도 원인을 찾기 위한 신경학적 검사 및 영상의학 검사를 하지 않았다”며 “CT 또는 혈관조영술을 할 수 있는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하지 않았고, 퇴원 당시 뇌지주막하 출혈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B씨는 경과관찰 중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FIMS 시술 방법·효과·주의사항을 비롯해 시술 합병증으로 두통·현기증·오심·구토 등이 일어날 수 있음을 설명하고, 마취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뇌지주막하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설명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설명의무 위반도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망원인이 FIMS 시술이 아니라 낙상 사고로 인한 경막하출혈이고, 시술로부터 2개월 후 사고”라며 “사망 당시 호전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시술과 망인과의 사망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A씨의 배상책임의 범위를 70%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간병인의 과실에 대해서는 “사고 당시 간병인이 병상을 떠나지 않은 채 침대 옆 보조침대에 누워 있었고, A씨가 간병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서 침대를 내려오다 낙상했다”며 “낙상 전 A씨의 의식이 명료한 상태여서 충분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간병인으로서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족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C대학병원에 대해서도 “입원 당시 A씨에 대해 낙상 위험과 낙상에 주의할 것을 설명했고 A씨 및 보호자에게 간호사 호출기 사용법·침상 난간 사용법·안전한 이동방법 등과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낙상 고위험 환자 식별을 위한 팔찌 착용과 침상카드·이름표를 구분했고, 의료진이 입원 기간 중 병실 순회시 침상 난간이 올려져 있는지·보호자가 상주하고 있는지·환자가 이동시 신발을 안전하게 착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보호자를 동반하고 있는지 여부를 관찰한 점 등을 볼 때 낙상예방을 위한 안전설비를 갖춰야할 주의의무를 소롷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C대학병원 의료진이 경과 관찰 및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고 직후 의료진이 바로 지혈을 하고, CT 검사를 실시한 후 신경외과·성형외과·안과 협진 의뢰와 관찰했다”며 “상태가 악화되자 만니톨을 주사하고 뇌CT 검사와 응급 수술을 시행한 점 등을 비춰볼 때 어떠한 위반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