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관절 수술 후 하지 마비, 의료과실 인정
서울고등법원...“감각이상 원인 파악하지 않아”
슬관절 수술 후 하지마비가 발생한 환자가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경과관찰 및 적절한 검사와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와 가족들이 B병원과 의사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2억 1091만 8912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과거에 척추협착증으로 전신마취 하에 척추나사고정술 및 골이식술을 받은 적이 있는 Aㅆ는 지난 2013년 1월경 3~4개월 전부터 시작된 양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B병원에 내원, C씨에게 진찰을 받았다.
MRI검사 결과, A씨는 양측 슬관절 퇴행성 관절염·양측 내반변형 및 양측 슬관절 반월상연골 손상 등으로 추정 진단됐고, C씨는 치료방법으로 우측 무릎에는 카티스템을, 좌측 무릎에는 골수줄기세포를 각 투여하기로 계획했다.
지난 2013년 1월 21일 B병원에 입원한 A씨는 다음날 C씨로부터 척추마취 및 경막외마취 하에 자가골연골이식술·반월판연골절제술·체내 금속고정술 등을 시행받았다. 수술 직후, A씨는 회복실에서 경과관찰 중 하지 감각 이상을 호소했다.
그로부터 3일 뒤에는 다리 감각 이상을, 그 다음날에는 엉덩이 부분 감각이상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복합운동처방을 했으며 척추 MRI 검사를 시행했다.
척추 MRI 검사 결과, 지주막염 소견이 확인되자 D대학병원 신경과에 정밀검사를 의뢰했고,신경전도검사에서 하지 말초신경장애 소견이 관찰됐다.
현재 A씨는 타각적 증세로 신경학적 검사상 하지 불완전 마비와 신경장애, 요검사상 미세혈뇨 소견이, 요역학검사상 신경인성 방광 진단을 받았다. 음경발기검사에서 정상 발기가 관찰되지 않았고, 구해면체 반사지연검사와 음경신경체 감가유발전위검사상 정기생리학적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
이에 A씨는 B병원과 C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과거 척추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아 신경학적 질환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수술을 위한 척추마취를 시행하기 전 혈액응고검사는 물론 X-ray 사진을 촬영해 수술 부위를 미리 확인하고 척추 상태를 확인하는 등 척추마취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C씨는 수술을 시행하면서 마취기록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고, 이에 비춰볼 때 짧은 시간 안에 과량의 마취약을 투약하거나 마취약을 잘못 주사하는 등의 과실로 국소마취에 의한 신경독성을 유발시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수술 직후 마미총증후군 증상이 발생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3일간 방치해 증상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설명의무 위반까지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C씨는 수술 전 A씨에 대해 혈액검사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 이상소견이 없었고, 혈액응고검사는 실시하지 않았지만 이는 필수검사항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척추관 협착증이 있는 환자에게 척추마취를 시행할 경우 척추강 내에 삽입된 마취약제가 골고루 확산되지 못하고 일정 부위에 집적되면서 척수신경을 압박하거나 집적된 마취약제의 독성에 의해 척수신경 손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수술 후 시행한 척추 MRI 검사 결과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C씨가 척추마취 및 경막외마취를 위햇 k용한 약물의 종류 등은 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법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경막외마취 과정에서 마취약물이 일정한 속도로 주입되도록 고안된 장치를 사용했다”며 “C씨가 마취기록지를 다소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사정만으로 마취과정에 어떠한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수술 후 A씨가 하지 감각 이상을 호소했으나, 이는 척추마쉬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일 가능성이 있었기에 마미총증후군으로 진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A씨가 오른쪽 하지 및 엉덩이 부위까지 감각이상을 호소하자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서 물리치료를 시행하고, 지속적인 하지 운동을 권유했는데, 이는 적절한 조치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를 방치해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즉각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가 판결을 뒤집은 근거는 ‘수술 후 경과관찰 소홀히 했다는 과실’이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수술 직후 종래에 나타나지 않았던 하지 감각이상을 새로 호소했는데 경과기록지상의 주호소란 내지 간호기록지상에 이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고, 하지 감각이상증상에 관해서는 3일 뒤에야 처음으로 간호기록지상에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경과기록지상에는 ‘술후 하지 감각 감소가 약3일간 있어 무통주사를 제거해 하지 감각은 많이 회복됐으나 항문 및 배변감각이 돌아오지 않고 약간의 하지 감각이상이 있어’라고 기재됐는바, 이에 비춰보면 ‘술후 하지 감각 감소’는 수술 직후 발생해 3일간 계속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그럼에도 의료진은 수술 이후 A씨의 하지 감각이상 원인이 단순히 수술 후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소견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염증·감염 내지 신경손상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규명하기 위한 검사나 협진 의뢰 등을 시행하지 않았고, 담당의사가 직접 원고를 관찰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경과관찰 및 적절한 검사와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가 새로 제기한 ‘마미총증후군에 대해 조기 수술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과실에 대해 “마미총증후군의 발생원인이 혈종 및 농양 등의 종죄로 인한 척수신경의 압박이라면 수술적 치료를, 염증이라면 소염제와 스테로이드제 투약 및 대증치료를 각 시행해야한다”며 “A씨에게 마미총증후군이 발생한 원인은 혈종이나 신경손상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수술적 치료의 적응증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마취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마취약제로 인한 염증 발생빈도가 낮으며 무통약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척수신경 손상 및 마미총증후군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며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을 위해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