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의사 여부에 갈린 2억대 환수소송

서울고등법원..."위법기관이라도 환수 부당"

2016-10-17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사무장이 개설한 건강검진실에서 근무한 의사가 상근의사인지 아닌지 여부를 두고 2억대 환수소송의 명암이 갈렸다.

법원은 건강검진실 개설이 위법하더라도 검진업무를 맡은 상근의사의 요양급여비까지 환수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는 최근 A의료재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환수처분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건보공단은 A의료재단에서 운영하는 B요양병원이 부당청구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해당지역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했다.

수사 결과, B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C씨는 상근의사가 아님에도 A의료재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C씨를 상근의료인력으로 신고, 요양병원 긍급 산정에서 1등급을 획득해 2014년 3월 5일부터 2014년 7월 1일까지 2206회에 걸쳐 2억 162만 3660원의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

또 B병원의 진료지원부장 등이 통원만으로도 충분한 환자들을 입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가장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 2009년 5월 8일부터 2014년 4월 1일까지 21회에 걸쳐 829만 4530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건보공단은 A의료재단에 대해 2억 991만 8190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겠다는 처분을 내렸고, A의료재단은 환수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A의료재단을 수산한 해당지역검찰청이 C씨가 병원 상근의사로 근무하지 않았거나 환자들이 허위입원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기 및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

건보공단과의 소송에서 A의료재단은 C씨는 병원 상근의사로 근무했고, 환자들 역시 실제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므로 공단의 환수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의료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C씨는 B요양병원의 다른 상근의사들과 동일한 근무시간 동안 유사한 근무조건 하에서 근무해왔고, 입원환자에 대한 진료업무 외에 C씨가 전담했던 자궁경부암 검사 업무까지 고려하면 동일한 진료과목과 직책을 가진 다른 상근의사와 비교해 비슷한 강도와 양의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C씨가 근무시간 중 병원 밖에서 신용카드를 썼거나 통화내역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병원 밖 통화내역은 5개월의 처분대상기간 중 단 3일이었고, 신용카드 내역도 C씨 본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해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근무시간 중 병원 밖에 머무른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C씨가 처분대상기간 중 병원에서 실제 근무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허위 입원에 대해서는 “환자들은 증상을 호소하며 입원수속을 밟은 후 고정된 병실을 배정받아 이 사건 병원에 6시간 이상 체류하며 약물 투여 등의 치료를 실제로 받았고, 입원기간 중 의료진의 관찰이나 감독을 전혀 받지 않은 채 단순히 병원에 머무르기만 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판결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항소를 제기했다.

건보공단은 “상근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근무시간은 적법한 의료기관에서 근무한 시간이어야 한다”며 “이 사건 건강검진실은 A의료재단이 아니라 실제로는 의료법상 개설자격이 없는 D씨가 운영한 위법한 의료기관이므로 건강검진실에서 C씨가 자궁경부암 검사 업무를 수행한 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근의사로서 업무는 진료에 관련된 업무에 한정해야 한다”며 “CT;가 행정업무를 수행한 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상근의사라 함은 사용자와 상시 근로관계를 유지하면서 매주 5일 이상 출근해 1일 8시간 이상 근무하거나 그에 상응할 정도를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사회통념상 시간제 또는 격일제 의사와 구별될 정도의 근무를 수행하는 의사”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요양기관이 속임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은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건보공단에게 있다”며 “C씨사의 근무시간·근무조건·근무내역 등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볼 때 건보공단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C씨가 상근의사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A의료재단이 상근의사로 신고함으로써 속임수나 그밖의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 ‘진료’와 관련된 업무시간만으로 상근의사인지 여부를 판단해야한다는 건보공단의 주장에 대해 “C씨의 근무시간, 근무내역, 담당 업무 등에 비춰보면 C씨가 병원 내·외부에서 다수의 행정업무를 수행했다는 사정만으로, 상근의사로서의 근무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진료업무를 수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