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제 희비 가른 ESMO 2016

면역항암제 상반된 결과 발표...지오트립, OS개선 ‘경향’

2016-10-10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에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코너에 몰렸다. 사실상 백기를 들고 원군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경쟁제품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예고했던 것처럼 1차 치료영역에서도 효과를 입증하며 기세를 올렸다.

BMS는 최근 진행된 2016년 유럽종양학회(ESMO 2016)에서 옵디보와 관련, 아쉬운 소식을 전했다.

이미 옵디보는 지난 8월, PD-L1 발현율이 5% 이상인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임상에서 항암화학요법과의 차이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ESMO 2016에서 추가로 발표된 내용은 이 가운데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결과다.

1차 치료 영역에서 임상 성공을 선언한 키트루다가 PD-L1 발현율 기준을 50%로 정했던 만큼, 옵디보 역시 PD-L1 발현율이 높은 그룹에서는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의도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옵디보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은 4.2개월이었던 반면, 백금기반 2중 항암화학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은 5.9개월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옵디보가 최소한의 기대치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혹평했다.

BMS측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임상시험 설계상의 문제로 평가했다. 항암화학요법 환자군에 여성과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들이 더 많았다는 것.

그러면서도 BMS는 이번 연구결과가 오히려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있어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 항변했다.

과거 치료받은 적이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대다수에게는 치료결과 개선을 위해 병용요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CTLA-4 억제제인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와의 병용요법에 기대를 걸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MSD가 발표한 KEYNOTE-024, 021 연구결과로 인해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MSD는 당초 예고했던 것처럼 이번 ESMO에서 키트루다가 단독요법이 PD-L1 발현율 50% 이상인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환자에서 표준치료법인 백금기반 2중 항암화학요법 대비 질병진행 위험은 50%, 사망위험은 40%를 줄였다는 KEYNOTE-024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KEYNOTE-021에 대한 하위분석에서는 PD-L1 발현율과 무관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는 항암화학요법과 병용시 반응률이 55%로, 항암화학요법 단독의 29%보다 우월했으며, 질병진행 위험 또한 47%를 줄였다고 밝혔다.

굳이 고가의 면역항암제를 병용하지 않더라도 PD-L1 발현율이 높다면 PD-1 억제제 하나로, 낮다면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BMS측에 강펀치를 날린 셈이 됐다.

그런가 하면, 이들보다 한 발 늦게 출발한 로슈도 이번 ESMO 2016을 통해 의미있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옵디보, 키트루다와 같은 PD-1 억제제 테센트리크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항암화학요법보다 더 연장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 환자 12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결과, 도세탁셀로 치료받은 그룹의 전체 생존기간 중간값이 9.6개월인 것에 비해 테센트리크로 치료받은 그룹의 생존기간 중간값은 비교군보다 27% 더 높은 13.8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테센트리크는 옵디보와 마찬가지로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서 PD-L1 수치가 낮거나 PD-L1 발현이 관찰되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2차 치료에서도 PD-L1 발현율이 50%로 제한된 키트루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소식이며. 키트루다에 비해 PD-L1 발현율 검사가 필요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던 옵디보에게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편, 이번 ESMO 2016에서는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인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과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간 직접 비교연구, LUX-Lung7의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도 발표됐다.

앞서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LUX-Lung7 중간 분석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PFS)이나 치료 실패까지의 기간(TTF)에서 이레사보다 우월함을 입증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전체 생존기간은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아 발표되지 못했다.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지오트립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27.9개월로 이레사의 24.5개월보다 3.4개월이 더 길었다. 다만,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는 도출하지 못했다.(HR=0.86; 95% CI, 0.66‒1.12; p=0.2580)

비록,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무진행 생존기간과 질병진행까지의 기간에서 우월성을 입증한 만큼, 전체생존기간이 늘어난 경향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결과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LUX-Lung 7 임상을 총괄한 삼성서울병원 박근칠 교수는 “지오트립이 비록 전체 생존기간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미 유의한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 및 치료 실패까지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킨 결과를 보여 준 만큼, EGFR 변이 양성 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우수한 치료 혜택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LUX-Lung 7의 공동 책임연구자인 스페인 마드리드 12 데 옥투브레 대학병원 루이스 파즈-아레스(Luis Paz-Ares) 교수는 “비록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지오트립은 게피티닙 대비 전체 생존기간을 3.4개월 연장해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와 함께, 지오트립 치료군에서 무진행 생존기간과 치료 실패까지 걸리는 시간도 유의하게 개선한 결과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치료제의 차이점에 대해 임상적으로 관련 있는 결과를 도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