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와 노벨 평화상

2005-03-28     의약뉴스

정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듯 싶다. 결혼을 앞둔 총각이나 신혼의 꿈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몰라야 할 신랑이 약한 정력을 고민하는가 하면 ‘자식과 며느리 보기가 민망스러우니 제발 정력 좀 죽일 약 좀 달라’는 80살 넘은 노인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을 두려워하는 사내들이 많았고 그 중엔 이혼을 당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정력 감퇴는 고혈압 치료제나 위장약을 장기 복용하는 환자말고는 거의가 부인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기인한다.

신혼 첫날, ‘너무 작다’며 신부가 던진 농담 한마디로 평생 부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남편도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오래 전 위장약을 장기 복용하며 불안에 떤 적이 있었다. 당시 부인과의 사이가 좋지 않던 시절인지라 정력까지 약해진다면 이혼 사유의 빌미를 주는 불리한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정력 때문에 밤을 두려워하고 이혼을 당하는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20세기말의 복음’인 비아그라의 판매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의 성분은 ‘구연산 실데나필’로, 뇌를 통해 생식기에 성적 자극을 주면 음경 해면체 혈관이 확장되고 여기에 혈액이 고여 발기토록 하는 작용을 한다.

이 약은 염려할 만큼 위험한 약이 아니다. 심장마비의 일종인 복상사는 비아그라가 없던 옛날에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용에 앞서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빠르고 강한 효과를 기대한다며 비아그라를 50mg 이상 복용하면 안 된다. 또한 하루 한 번, 30분 ~ 4시간 전에 복용해야 한다. 협심증 치료제인 ‘니트레이트’ 제제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는 절대적으로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저런 문제로 세상 살기가 싫다는 소리를 자주 하던 노인이 있었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비아그라를 꺼내놓고 자랑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은 독수리가 병아리를 낚아채듯 두 알 반을 쏜살같이 가로챈 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환갑이 훨씬 넘은 노인이 게다가 얼마 전에 심장병 수술을 한 환자가 취중에 과량이라고 할 수 있는 250mg을 삼킨 것이다.

동석했던 일행은 가벼이 웃어넘길 일이었지만 약사인 나로선 여간 심각한 사태가 아니었다. 병원으로 가서 위 세척을 해야 한다고 빌다시피 설득했지만 노인은 막무가내로 자리를 박차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고 현장의 동석자로 유족들의 질책을 받고 경찰서 조사실에 불려갈 앞일을 상상하니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영안실을 알기 위해 노인의 자택으로 전화를 걸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화를 받는 분은 뜻밖에도 영안실에 누워 있어야 할 노인이었다. 비아그라를 섭취한 콩나물은 뻣뻣해 먹을 수가 없고, 과량 복용한 시신은 관 뚜껑조차 닫혀지지 않는다더니 관속에 누워 전화를 받는 것일까.

며칠 후 모임에 나온 노인은 ‘숨이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세상 살 맛을 느낀다’며 껄껄 웃었다.

비아그라는 초면의 어색한 상견례 자리를 금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꾸는 촉매 역할도 한다. 서로 상반된 주장으로 얼굴이 붉어진 토론장도 비아그라가 화두로 떠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리를 맞댄 채 공동 과제(?)를 향해 끈끈한 동지애를 발휘하게 마련이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아그라는 노벨 평화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고개 숙인 남자에게 힘과 용기를 심어 주고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므로 써 가정과 사회의 평화 나아가서는 세계의 평화를 지켜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