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 가늘게 하려다 사망, 의료진에 책임

서울고등법원...마취 후 활력징후 감시 소홀 인정

2016-09-0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종아리를 가늘어지게 하는 수술을 받다가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의 가족들이 의사 B,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8월 경 종아리근육 퇴행술을 받기 위해 B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내원했다. 내원한 당일 A씨는 수술실로 입실했다.

C씨는 A씨에게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부착, 관찰하면서 수면마취 유도를 위해 프로포폴을 정맥에 주입했으며, 이후 프로포폴 40cc, 케타민 0.5cc가 섞인 수액을 시간단 40cc 투약했다.

그러던 중 A씨에게 부착한 산소포화도 측정기에서 알람이 울리자 C씨는 수액의 주입을 중단하고 A씨에게 에피네프린 1cc를 투약한 후, 앰부배깅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이후 의료진의 연락을 받은 119 구급대가 A씨를 데리고 인근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상급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A씨는 맥박은 만져지지 않았고 심장의 리듬은 거의 없는 등 아무런 반응이 없는 신경학적 혼수상태였다.

이에 의료진은 산소공급을 위해 흉부 압박, 앰부배깅 산소공급, 기관내삽관, 에피네프린 약물투여 등을 했다.

그러나 A씨는 결국 뇌사 상태에 빠져들었고 타 대학병원으로 전원해 입원치료를 하던 중 저산소성 뇌손상이 초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종아리근육 퇴축술은 미용목적으로 종아리근육을 퇴화시켜 결과적으로 종아리를 가늘어지게 하는 시술로, 종아리 근육에는 내부의 비근과 외부의 비복근이 있는데 일반인은 비복근이 없더라도 일상샐활에 큰 지장이 없다는 점을 착안해 이를 퇴화시키는 시술법이다.

A씨의 가족들은 “의료진이 시술을 하면서 마취 약물 투약과정에서 A씨의 활력징후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마취 및 이 사건 시술의 부작용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시술 당시 사용된 프로포폴과 케타민의 투여용량은 통상적으로 사용가능한 용량이기는 하지만 환자의 상태나 시술 내용에 따라 일시적으로 무호흡에 이를 수 있는 용량이기도 하다”며 “케타민과 프로포폴이 동반 투여될 경우에는 상호 항진작용으로 호흡억제나 심혈관계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의 빈도나 세기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프로포폴 수면마취시 시술이나 수술에 참여하지 않는 독립된 의료진에 의해 수면마취의 깊이나 환자의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수 등이 지속적으로 감시돼야하고, 언제든지 자발호흡이 없어지는 전신마취 상태에 빠지거나 심한 심혈관계 저하 부작용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호흡억제, 무호흡 등에 대한 처치 약제, 의료기구 등이 준비된 상태에서 사용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C씨는 이 사건 시술 당시 A씨의 활력징후 중 혈압은 측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병원에 기관삽관 장치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며 “C씨를 제외하고 수술실에 있던 간호조무사나 실습생 등이 산소포화도 측정기 외에 A씨의 상태를 제대로 감시하고 있었는지 의문인 점 등을 보면 C씨에게 시술 당시 A씨의 활력징후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피고 측은 항소심을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시술을 위한 마취방법으로는 국소마취와 수면마취가 모두 가능한데 C씨는 이 두 방법의 장단점 및 부작용에 관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C씨는 유족들이 제기한 형사고소사건에서 ‘A씨에게 마취로 인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만 이야기했고, A씨 입장에선 전문적인 의학지식은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수면마취동의서의 기재만으로 C씨가 A씨에게 프로포폴을 이용한 수면마취 과정의 위험성에 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