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부담 키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서울대 조성현 교수..."정해진 근무량 초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현대판 고려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간호사는 하루 평균 10시간 일하고, 8명의 환자를 보살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본격 도입되면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조성현(사진) 교수는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21일까지 약 한 달 간 상급종합병원 3곳, 종합병원 2곳(423개 병상)을 직접 관찰조사 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조사결과 환자 804명을 담당하는 간호사는 245명(3교대, 간호관리자 포함)으로, 근무조별 1인당 환자수는 9.8명, 환자 1인당 일평균 간호시간은 2.45시간 정도였다. 간호보조인력의 경우 1인당 77명, 하루 0.31시간 환자를 담당했다.
간호사실에 도착해 근무를 시작한 때부터 인계 후 환자기록 등 근무를 종료한 때까지 개인시간(식사·화장실 이용 등)을 제외한 ‘실제’ 근무시간은 일평균 9시간 53분(간호보조인력 8시간 7분)이었다.
실제 근무시간을 고려했을 경우 근무조별 1인당 담당 환자수는 8명(간호보조인력 75.8명)으로 줄었고, 환자 1인당 일평균 간호시간은 3.01(간호보조인력 0.32)시간으로 늘어, 간호사들이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루 중 간호사들이 병실에 있는 시간은 평균 2.9시간으로 전체 근무시간(9.8시간 기준)의 30% 수준이었다. 또한 병실 출입횟수는 41회로 14분에 한 번 정도였으며, 개별 환자 입장에서는 간호사가 병실에 머문 시간이 40여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조성현 교수는 “간호사가 병실에 많이 체류하고 싶으나, 여러 가지 업무 때문에 병실에서는 전체 근무시간의 30.8% 수준밖에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2018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전체 병원으로 확대되면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간병시간을 감소할 수 있는 방법은 ‘간호사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으로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뿐이지만 증가요인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특히 ▲간호사 이동시간(환자가족과 간병인은 간병제공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 없지만 간호사는 확인·준비·수행 등에서 이동시간 발생) ▲환자상태 확인(환자가족과 간병인이 침묵 중에 ‘함께 있어 주기’, ‘지켜보기’ 등을 하고 있던 것을 간호사가 방문해서 수행해야 함) ▲보호자 연락 등이 간호·간병시간 증가요인으로 꼽혔다.
조사 당시 관찰병실에 있는 환자(총 128명) 가운데 가족 또는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은 경우는 7.8%(10명) 뿐이었으며, 환자이동, 운동돕기, 식사돕기, 정서적 지지, 화장실 부축 등의 일은 대부분 가족이나 간병인이 수행했다.
현장의 이 같은 인식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비대위원장이 같은 날 발표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8개 병원 간호사의 목소리(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37명)보다 아니라는 응답(127명)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현재 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병동에서는 129명 중 113명(87.6%)이, 시행하고 있는 병동에서도 45명 중 14명(31.1%)이 필요없다고 응답했다.
한편, 조성현 교수가 간호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간호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적정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업무량이 증가 ▲보호자 부재 시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법적책임 문제 ▲부적절하고 무리한 환자요구나 신체적 접촉 증가 ▲현재 하지 않는 간병수행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 등이 우려되는 점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