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제나 한 템포 느린 의협

2016-07-2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후한 말엽 삼국시대 때 조조는 일군을 이끌고 장로를 토벌, 한중을 평정하는데 성공한다. 한중을 평정한 이후, 조조는 근거지로 회군을 하려 했고 당시 참모였던 유엽이 사마의와 함께 촉을 막 얻은 유비를 토벌하자고 건의한다. 장기간 전쟁을 치르느라 지친 조조는 유엽 등의 말을 무시하고 회군했고, 이후 촉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한 유비는 휘하 병력을 몰고 한중을 침공, 조조로부터 한중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이때 조조가 유엽에게 “내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아 일이 이렇게 됐다”며 후회 섞인 한 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때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어도 일을 성사시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지금의 대한의사협회는 이 ‘때’라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을까?

지난 21일 대법원에서는 치과의사 A씨가 환자의 미간과 눈가에 보톡스 시술을 했다고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물론, 이번 일은 검찰이 치과의사를 의료법위반으로 기소한 형사사건이기 때문에 의협이 나설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한계점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국내 유수의 로펌을 선임하고, 각종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대법원 선고가 있기 전 해왔던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의협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대법원 공개변론이 있던 날 치협은 기자회견을 준비했고, 선고가 내려지긴 전 한차례 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 선고가 있던 날, 치협은 상고기각이 될 것과 파기환송이 될 것을 대비해 성명서를 2종류나 준비하는 등 대단히 많은 준비를 했다.

이에 반해 의협은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을까? 의협이 한 것이라곤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만든 치과의사에게 보톡스시술을 허용해선 안되는 10가지 이유를 가지고 한 기자회견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치협이 반박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묻혀버린 감이 없지 않다.

선고가 있기 전까진 형사사건이니까 전면에 나서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의협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고가 있은 직후, 의협이 해야할 일은 즉시 상임이사, 시도의사회장을 소집,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계획을 수립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금요일에는 회장부터 앞장서서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명하고 정부 및 국회에 관련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부터 열어야하지 않았을까?

추무진 회장이 의협 회장이 된 이후부터, 이상할 정도로 의협은 모든 사안에 대해 ‘때’를 놓치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결국 유비에게 한중을 잃은 조조처럼 뒤늦은 후회만 남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