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醫·개원韓, '여론전' 사전교감?

"장기전으로 가자"…이해득실 맞아

2005-03-03     의약뉴스
내과의사회와 개원한의사협의회가 언론플레이를 위한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양측은 최근 '한약 관련 포스터'와 '한방 감기 포스터'를 놓고 가파른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내과의사회가 근거로 제시한 '한방약은 효과가 없다'(다카하시 코세이)는 책자를 놓고서도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제스처의 이면에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고, 갈등을 이슈화시켜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양측의 첫 대화가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상테이블에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한편 향후에도 '대화채널'을 가동하자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첫 만남 직후 내과의사회 장동익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처럼 공세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와 관련 장 회장은 다음날인 25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건 이미 그쪽(개원한의협)과 그렇게 얘기하겠다라는 의견교환이 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개원한의협과의 대화석상에서도 "어머니가 한약 신봉자였다", "나도 어렸을 때 한약을 먹고 감기를 나은 적이 있다"는 식의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개원한의협은 같은 날 오후 소책자에 대한 반박자료를 배포, 28일 오전까지 보도자제를 요청했다.

장 회장 역시 같은 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이전보다 더 강경한 논조로 한의계를 성토했다.

특히 장 회장과 개원한의협 김현수 회장은 "장기전으로 가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사전교감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장 회장은 "장기전으로 가서 법정에서 만나면 한약의 부작용을 더 홍보할 수 있다"면서 한의계를 자극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 회장도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만큼 개원한의협이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적이 없다"면서 양·한방 갈등을 위상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또 장 회장은 이번 한의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19개 각과 개원의협의회 회장단의 지지성명을 이끌어낸데 이어 대학병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는 등 세를 확산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차기 의협회장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까지 낳고 있다.

한의계와의 전면전이 장 회장을 "의료계의 영웅"으로 만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원한의협도 한의사협회에 '회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적절히 활용할 경우 한의계 내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측면의 실리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양측의 공방은 대외적으로 갈등관계를 이슈화시키고, 이를 통해 각자의 실익을 챙기기 위한 물밑담합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따라서 양측의 지리한 싸움은 쟁점유지를 위해 법정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최대한 더디게 내딛고 있는 형국이다.

의료계 일각에서 "양측은 말만 무성한 여론전 대신 국민건강권 확보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