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제품 불매, 의약계 반응 엇갈려

약계, 적극 동참...의계 '신중론' 속 상황 주시

2016-05-10     의약뉴스 최신웅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최대 가해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 건강권을 책임지는 의약계가 이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계는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표명하고 지역약사회와 개인약국을 통해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반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일단 별다른 공식입장 없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약사회는 이미 지난달 27일 긴급 상근임원회의를 개최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옥시제품의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한 대응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약사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건강과 직결된 제품들은 의약외품으로 분류하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약사회는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논란으로 지역 약사회와 회원약국에서 해당업체 제품에 대한 판매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판매거부 움직임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해당 회사 제품 판매거부와 관련해 혹시라도 회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응을 위한 법적인 검토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약사회도 지난 4일 5월 정기 상임이사·분회장 연석회의를 통해 회원들의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자율적 참여를 독려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개인약국을 운영하는 전국의 약사들도 SNS 등을 통해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의협을 비롯해 한의협,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는 ‘신중론’을 펼치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에 대한 별다른 공식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현재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고 정치권에서도 청문회 구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숟가락 얹기’식으로 국민들에게 비칠 수 있어 별다른 입장표명 없이 조용히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정말로 안타깝고 하루 빨리 피해자 보상을 비롯해 문제가 잘 해결되길 의협에서도 바라고 있다”며 “다만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부른 입장 표명은 오히려 국민들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사태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의협 김지호 홍보이사도 “협회차원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된 게 없지만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취지와 국민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고 협회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료계의 침묵에 대해 내부에서는 협회가 너무 신중하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항상 국민 건강권을 책임진다는 명분 아래 각 협회의 이익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힌 반면, 정작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적절한 처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가습기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운동연합 등 55개 단체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는 검찰 수사와 국민적 공분 속에 고개를 숙였지만 진상규명과 사태 해결을 위한 게 아니라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10일부터 16일까지를 옥시 집중 불매운동 기간으로 정하겠다고 밝혀 옥시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