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탈리스트 ‘교육자 교육’이 선결 과제
대한외과학회 토론회 마련...영국 사례서 답안 모색
“트레이너에 대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대한외과학회(이사장 노성훈)가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도입을 위해 15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영국의 선진 사례를 공유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입원전담 전문의)는 전공의들이 격무 속에서도 입원환자들을 돌보던 국내 의료현실 속에 전공의 특별법이 도입되면서 ‘주 80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제한되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전공의들의 근무시간 제한으로 인한 공백 속에서도 입원환자들을 안전하게 돌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의 도입을 고민하게 된 것.
특히 입원전담 전문의가 도입되면 특정 과 영역에만 특화된 현재의 세부 전문의와는 달리 입원환자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가 가능해져 보다 효율적인 입원환자 관리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담겨 있다.
수련병원에서 자리가 부족해 개원가로 나가야 하는 의사들에게도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가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도입하려는 시도이다 보니 입원전담 전문의에 대한 교육과정과, 처우, 적정인원 등에 있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이날 대한외과학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이었다.
나아가 “전공의 특별법이 발효되면 근무시간 제한도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안전과 진료의 질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진료체계나 의료수가, 교육제도 등이 다 달라 각 나라별 제도를 섭렵해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를 처음 만들 때 정말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전에 미국의 제도를 살펴봤고, 오늘은 미국과는 조금 다른 유럽의 제도를 살펴보기 위해 영국 노팅엄 대학의 박현미 교수를 모셨다”고 심포지엄의 취지를 밝혔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현미 교수는 영국에서는 외과의사들이 상당히 존경을 받고 있고 의사 스스로도 자부심이 커서 경쟁률이 높다고 소개했다.
또한, 주 80시간으로 규정된 우리나라의 전공의 특별법보다 더 강력하게 주 48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사인력이 부족해 외국의 의사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50%의 입원전담 전문의들은 외국의 의사들이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의사들의 급여는 정부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모든 과가 다 똑같고, 호스피탈리스트 역시 차이가 없으며,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안정성도 보장하고 급여도 계속 상승한다고 소개했다.
호스피탈리스트의 선택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으로 설명할 경우 전공의에서 전임의로 가는 과정에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나 본인들이 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여성들의 경우 급여를 덜 받는 대신 근무일수를 줄여 한 주에 3일은 일하고 이틀은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평생 병원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의 발표에 국내 의사들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제도인 만큼, 입원전문 전담의에 대한 교육 커리큘럼이나 트레이너에 대한 자격, 트레이닝 과정에 우려되는 환자와의 갈등 등에 관심을 보였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모든 교육과정을 전담교수와 상의 하에 진행하고 있으며,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상담이나 수술, 환자 관리는 물론 학생이나 인턴 등에 대한 교육까지 세부 교육항목들을 하나하나 체크해 웹에 입력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통과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에서 호스피탈리스트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교육할 트레이너들에 대한 교육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수련 받는 모든 과정에 전담 교수가 함께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환자들에게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환자들에게 의사를 선택할 권한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젊은 의사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의 설명에 심포지엄에 참석한 외과학회 회원들은 트레이너에 대한 교육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영국과 우라나라의 제도가 너무나 차이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대한외과학회 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한내과학회와 함께 진행했던 시범사업의 결과, 환자들은 물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내달로 예상됐던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은 당초 기대보다 진행이 늦어져 8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처우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의 취득 후 3년차 정도의 급여를 보장해 주는 방안에 힘을 싣고 있으나, 정부와 병원, 환자가 부담해야할 몫에 대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학회측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