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서울시한의사회장 재선 결정 ‘파장’

대의원총회 의결...고성 끝에 ‘파행’ 마무리

2016-03-28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최재호)가 서울시한의사회 제32대 회장 선거과정 중 선거인단 구성의 문제를 들어 재선거를 결정, 파장이 예상된다.

주된 이유는 입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회원들까지 선거자격을 부여했다는 것으로, 그 책임 소재는 물론, 중앙회 대의원회가 당선증까지 수여한 서울시의사회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지 등 논란이 꼬리를 물 전망이다.

27일, 대한한의사협회 회관 5층 대강당에서 개최된 제61차 정기 대의원총회는 시작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대의원회 최재호 의장이 원활한 회의 진행을 이유로 총회 몇 일 전에야 대의원 4분의 1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안건을 상정이 가능하다는 공지를 문자로 보냈다며 일부 대의원들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것.

개회사와 축사로 채워진 1부에 이어 실질적으로 총회가 진행된 2부에서 우려했던 공방이 시작됐다.

▲ 서울시한의사회 선관위 관계자가 대한한의사협회 감사단의 감사보고에 불만을 제기하며 최재호 의장과 맞서고 있다.

논란은 감사보고에서 출발했다. 대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제한을 최대한 풀어야 함에도 ‘원활한 회의진행’을 이유로 대의원들의 의견 개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어 서울시한의사회 제32대 회장선거에 대한 감사보고 순서에서 대의원들간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감사보고 전 서울시한의사회 선관위원이었던 한 대의원이 감사보고를 받은 바 없음에도 감사보고를 진행한다며 제지하고 나선 것. 그러나 감사들은 대면감사가 아닌 서면감사도 가능하다며 보고를 강행했다.

감사들은 서울시한의사회 회장선거 결과 180여 표차로 당락이 결정됐지만, 선거인단 중 800명 이상이 입회비를 납부하지 않아 선거권이 없는 회원들이었다고 보고했다.

이와 함께 선관위 일부 위원들의 회비 미납 문제와 일부 후보의 사퇴시기 논란, 후보들 간에 오고간 비방과 흑색선전 등의 문제를 수면위로 드러냈다.

나아가 서울시한의사회 선관위가 중앙회 감사들의 감사요청을 거듭해 거부했으며, 선거개표 참관까지 거부하며 현장에서 물리력을 써 끌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한의사회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인단 구성이 중앙회에서 내려보낸 자료에서 근거한 것이라면서, 오히려 중앙회 감사단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맞섰다.

우선 중앙회가 회원명부를 내려보내는 과정에서 입회비 항목을 제외한 채 보냈고, 이에 중앙회측에 정관 확인을 요구한 결과 오히려 ‘입회비는 따지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를 근거로 중앙회 감사단이 감사를 요구한 시기가 대한한의사협회 42대 회장 선거기간 중이었던 만큼 무리한 감사요구를 ‘부정선거운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감사에 불응한 이유 역시 중앙회 회장 선거 기간이었기 때문으로, 이미 선거 후 감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것.

이어 이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배포하겠다고 나섰지만, 일부 대의원들과 최재호 의장이 저지해 공방이 가열됐다.

▲ 최재호 의장이 서울시한의사회 선관위측의 입장문 배포를 저지하자 한 대의원이 개인적으로 받는 것 까지 막을 이유는 없다며 맞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부 대의원들이 자료를 봐야겠다며 배포를 주문했지만, 최재호 의장이 이를 저지하며 수거해 가는 과정에서 감정까지 격해졌다.

결국, 의결을 통해 입장문 배포가 이뤄졌지만, 대외비라는 이유로 이와 관련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후 대의원 총회는 서울시한의사회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논란을 이유로 ‘서울시선거 선거인단 선정의 정관 위배에 따른 선거인단 수의 심각한 오류로 인한 재선거 시행’의 건을 기타 안건으로 상정, 의결을 진행했다.

입회비 미납회원을 선거인단에 포함한 것을 인정할 수 없고, 일부 후보의 근거 없는 의혹제기도 단순히 사과만으로 마무리 지으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치열한 공방이 펼쳐진 결과, 재선거 시행의 건이 가결됐고 이에 분노한 대의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대의원총회는 산회했다.

이미 감사보고서 승인의 건에서부터 고성이 끊이지 않던 대의원총회는 재선거 안건 의결 이전부터 적지 않은 대의원들이 자리를 뜬 상황이었다.

최재호 의장이 강압적이고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 대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총회 진행 분위기에 실망을 느낀 대의원들이 자리를 뜨고 있다.

서울시한의사회 선거에 대한 재선거 의결로 극에 내달린 대의원들간의 분열은 향후 한의협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듯하다.

특히 산하지부라고는 하나 중앙회 대의원총회의 의결로 서울시한의사회의 대의원총회와 선관위가 인정해 당선증 수여까지 마무리한 당선자를 부정할 수 있을지도 논란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한한의사협회와 홍주의 서울시한의사회 회장 당선자는 물론 서울시한의사회 선관위 등과의 치열한 법정공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논란의 핵심 인물이 된 홍주의 당선자는 한의협 대의원총회 의결 과정에서 타 후보들에게는 발언의 기회룰 준 반면, 자신에게는 발언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총회의 의결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제가 지금 입장을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정관상 저에 대한 당선 권한은 독립기구인 서울시한의사회 대의원회와 선관위에 있기 때문에 (중앙회 의결에 대한) 서울시한의사회 대의원회와 선관위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미 선거에 대한 이의신청기간도 마무리됐고, 독립기구인 서울시한의사회 대의원회와 선관위가 인정해 당선증까지 수여한 상황에서 중앙회가 이를 부정하고 재선거를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