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사바, 놓치면 안될 치료옵션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 교수

2016-03-25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당분간 넥사바를 뛰어넘는 간세포암 치료제가 나오긴 힘들다.”

바이엘의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가 올해로 국내 출시 10년째를 맞이했다.

지난 10년간 신세포암으로 시작해 간세포암에 이어 갑성선암까지 급여범위를 넓혀가며 대표적인 표적항암제로 자리를 잡았지만, 넥사바만큼 논란을 겪었던 항암제도 흔치는 않다.

신세포암과 간세포암 임상에서 보여 준 2개월여의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두고 출시 초기부터 한동안 다양한 평가들이 치열하게 충돌한 것.

그러는 사이 더 이상의 치료방법이 없어 넥사바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했던 수많은 환자들은 적지 않은 시간을 비급여라는 부담에 휘청여야 했다.

그러나, 논란 속에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는 더 이상 넥사바의 임상적 의의를 부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출시 초기에 넥사바를 혹평했던 이들도 지난 10년간 실제 진료 환경에서 보여 온 넥사바의 효과에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간세포암에 있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넥사바를 뛰어넘은 치료제는 없었다는 사실이 초기의 혹평들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수술이나 간이식, 색전술 등과 마찬가지로 간암 치료의 훌륭한 치료옵션 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것이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 교수의 지적이다.

의약뉴스는 김윤준 교수로부터 간세포암의 치료 현실과 국내 출시 10주년을 맞이한 넥사바의 임상적 의의를 들어봤다.

▲ 바이엘의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이 올해로 국내 출시 10년째를 맞이했다. 출시 초기 논란과 달리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넥사바를 뛰어넘는 간암치료제는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 교수는 출시 초기에 있었던 잘못된 오해로 넥사바 치료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부담이 큰 간암, 고령화 따라 심각한 사회문제 우려
간암은 주요 암종 가운데 발병률은 4위지만,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더욱이 은퇴 후 세대인 고령환자가 많은 폐암과 달리 경제 활동 세대인 중장년층 환자가 많아 사회경제적 부담이 가장 크다.

특히 김 교수는 간암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향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인 B형간염은 60대에서 주로 간암으로 발전하고, C형간염은 70대에서 지방간은 80대에서 간암으로 진행한다”면서 “B형 간염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40대는 아직도 7%정도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이 점차 50~60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최근 간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들도 70대로 진입하며 늘어날 것”이라며 “과거에는 80대까지 사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지방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오래 살게 되면서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환자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유럽에서도 C형 간염이나 지방간 환자들이 간암으로 발전하는 나이로 접어들며 간암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간암, 아직 완벽한 치료법은 없다
이처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간암이지만, 상대적으로 치료성적은 좋아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 못지않게 조기검진이 활성화 되면서 수술이 가능한 조기발견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간암의 치료성적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완벽하다 할 치료법은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완치의 기회를 타진할 수 있는 수술 역시 가능한 환자는 20%에 불과하고, 5년 이내에 재발하는 경우가 70%에 이른다.

따라서 장기생존이 가능한 경우도 30~40%에 불과하며, 나머지 60~70%의 환자는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하지 않은 환자들과 예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간이식은 재발이 없고 10년 생존률이 80%를 상회할 정도로 간암을 가장 완전하게 절제해 낼 수 있는 방법이지만, 공여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간이식 공여자들은 젊은 경우가 많은 만큼, 비록 드물다 하더라도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고민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치료법으로는 고주파 열치료술이나 에탄올 주입술 등이 있지만, 치료 가능 범위가 좁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고주파 열치료술은 치료 부위가 다른 장기와 인접해 있을 경우, 손상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색전술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고주파 열치료술과 마찬가지로 다른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넥사바는 암세포 주변의 동맥 생성을 억제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데 완치의 가능성은 다른 치료법보다 낮고, 현재로서는 다른 치료법이 불가능한 경우에 활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넥사바는 항암효과가 아주 강력하지는 않지만, 간기능을 유지하고 더 진행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입증됐다”면서 “부작용도 대부분 컨트롤이 가능한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종양이) 완전히 없어지는 환자가 적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사바, 장기생존기회 제공...‘최후의 보루’란 인식은 버려야
넥사바는 600명 이상의 간세포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인 SHARP 연구를 통해 생존기간은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은 물론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입증했다.

이 연구에서 넥사바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10.7개월로 위약군(7.9개월) 대비 생존률을 44% 연장시켰다.또한, 질병진행까지의 시간도 5.5개월로 위약군의 2.8개월보다 72%를 연장했다.

뿐만 아니라 200여명의 아태지역 간세포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AP(Asia-Pacific)연구에서도 전체 생존기간의 중앙값이 6.5개월로 위약군(4.2개월)보다 47%가 연장됐고,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 역시 2.8개월로 위약군(1.4개월)보다 75%가 길었다.

다만, 비율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지만, 절대수치로는 2~3개월의 차이에 불과해 이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 넥사바는 대규모 임상에서 간세포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44%, 무진행생존기간은 72% 연장시켰다.
특히 보험급여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2~3개월의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두고 다양한 이해관계의 전문가들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논란의 과정이 여과없이 보도되는 바람에 환자들이 넥사바를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넥사바를 통해 장기생존의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는 환자들조차 넥사바 투약을 최대한 뒤로 미루려 한다는 것.

특히 거듭해서 색전술을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넥사바를 권할 때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생존기간을 3개월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할 수 있지만, (임상에 참여한) 600명의 환자가 평균 3개월씩 총 1800개월을 더 산 것”이라며 “그 1800개월을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는 24개월 이상 장기생존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사바 투약을 꺼리고 색전술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착시현상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색전술로 효과가 있는 환자들은 20%정도 불과하지만, 이 분들이 계속 색전술을 받다보니 색전술은 오래 살 수 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그래서 넥사바로 바꾸자 하면 마지막이라 오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히려 색전술을 두 차례 하고도 재발한 환자에서 넥사바를 투여한 경우 세차례 한 후 넥사바를 투여한 경우보다 생존기간이 더 길었다”며 “그래서 2~3차례 색전술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 넥사바로 바꾸는 것이 대다수 국가들의 가이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고 색전술이나 넥사바 중 어느 것이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제는 치료옵션을 선택할 때 균형을 갖춘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적절한 순간 넥사바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례로 간기능이 좋고 환자가 이동이 자유롤 때, 전이가 있거나 림프절 전이, 혈관침범 등이 있으면 넥사바로 가는 것이 컨센서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색전술 후 새로운 위치에 새로운 종양이 발생했다면 추가적인 색전술이 의미가 있지만, 계속해서 재발하는 경우에도 색전술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넥사바 치료성적, 수술이나 색전술 못지 않다...적정 환자 찾는 노력 필요해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넥사바의 효과는 확인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넥사바를 처방받은 환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간암의 진행이 멈췄고 1% 정도의 환자에서는 완치된 케이스도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김 교수는 “넥사바를 처방받은 환자들 중 5~10%정도가 장기생존한다”면서 “수술이 30~40%, 색전술이 20%정도인데, 넥사바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상당히 진행된 경우로 5~10%는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술의 성적이 확연히 좋기는 하지만 단지 30%의 환자가 완치된다는 것 뿐 70%의 환자는 넥사바와 비슷한 효과”라며 “재발도 1년에 20%씩 생기는 만큼 수술만이 능사는 아니며 (넥사바가) 질병 진행을 멈추게 한다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 만큼, 보다 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환자들을 특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주문했다.

최근에는 국내 벤처기업이 서울대병원과 함께 환자에 따른 넥사바의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마커를 개발, 특허를 출원하고 진단 소프트웨어를 등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SHARP 임상과 AP 임상에 대한 통합 하위분석 결과 예후인자와 무관하게 일관된 효과를 보였지만, C형간염 환자나 혈관침범 또는 전이가 안 된 환자, 종양 부하가 적은 환자에서 효과적이었다”면서 “다시 말해 환자가 건강할수록 효과가 더 좋았다는 의미로,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넥사바 치료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넥사바 용량조절 및 색전술 전환에 급여제한 풀려야
김 교수는 출시 초기에 있었던 일부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넥사바를 넘어설 간암치료제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면역항암제가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연구자들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며 “넥사바를 뛰어넘는 약이 나오기는 당분간은 힘들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상대적으로 실제 진료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넥사바의 효과는 임상 데이터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이유로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국의 간암 환자 중 40%정도를 대형병원에서 커버하고 있어 그만큼 경험이 많아졌다”며 “그래서 부작용 컨트롤은 물론 색전술 불응점 등에 대한 경험이 많아졌고, 그만큼 적절한 조절이 가능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넥사바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나는 환자들에게서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더 두드러지는 만큼, 적절한 용량조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넥사바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피부 반응인데 이러한 반응은 상당히 좋은 것”이라며 “손이나 발에 스킨 리액션이 있으면 생존기간이 훨씬 더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작용을 조절하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용량을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지만, 절실한 환자들은 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 김 교수는 "“치료옵션을 선택할 때 균형을 갖춘 시각이 필요하다"면서 "색전술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순간 넥사바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고 강조했다.
그는 “넥사바의 부작용이 심하다는 오해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면서 “실제 정해진 용량은 하루 4정 800밀리그람이지만, 한국인들은 한 알로도 오래 사시는 경우가 많고 비용부담도 적은데 이를 놓치는 것은 상당히 억울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넥사바의 용량 조절에 달려 있는 급여 제한도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용량 조절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허가된 용량인 800밀리그람에서 낮춰가는 경우와 초기 용량을 적게하고 높여가는 경우가 있는데 현재는 용량을 높여가는 경우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김 교수는 현재로서는 넥사바가 약제로서는 간암에 유일한 치료옵션인 만큼, 치료 실패시 색전술의 기회를 열어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연구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넥사바로 효과가 불충분한 환자들이 다시 색전술로 복귀하는 경우에는 급여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제한은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