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무진, 각오가 없다면 초야로 돌아가라”
의협, 범 의료계 토론회 개최...결사 방어위한 집행부 의지 요구
“각오가 없다면 초야로 가도록 돕겠다.” -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김장일 부의장.
“회장의 정서가 회원들과는 다른 것 같다.” -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원격의료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를 위해 13일, 대한의사협회 범 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토론회는 예상대로 추무진 회장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그러나 '범 의료계 토론회'라는 거대한 타이틀과 달리 50여명이 참석하는 데 그친 이번 토론회는 집행부에 대한 집중 성토 속에서도 지난 달 개최된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 현장에서 불거졌던 몸싸움처럼 불미스러운 사태없이 차분하게 진행됐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가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능하겠냐며 불참한 가운데 대한평의사회 이동욱 회장과 좌훈정 전 감사,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김장일 부의장 등이 연이어 집행부와 추무진 회장의 미흡한 대응을 질타했지만, 직접적인 사퇴 촉구보다 의지를 확인하고 각오를 주문하는 선에서 토론회는 마무리됐다.
◆추무진 회장·의협 집행부·비대위, 결사저지 위한 의지가 안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다루어진 주제는 핵심이 된 원격의료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와 실손보험 청구, 비급여 현황조사 등 크게 네 가지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회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현 집행부가 결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집중 성토했다.
면허권자로서의 자존심 뿐 아니라 실제 생존권까지 위협할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회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으며, 어떠한 대책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어차피 통과될 일’이라며 수수방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결사저지의 의지가 없고 투쟁이 두렵다면 회장직을 내려놓으라는 엄포도 이어졌다.
애초 토론회의 취지는 대정부 투쟁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었지만, 집행부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법론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회원들은 의혁투 최대집 공동대표에 대한 윤리위 회부 논의를 질타하고, 오는 18일로 예정된 의료일원화 토론회 불참을 촉구하는 등 투쟁을 향한 집행부의 의지와 회원 결집을 촉구했으며, 한의대에 출강하는 의대 교수들에 대한 윤리위 회부 주문도 이어졌다.
이에 추무진 회장은 집행부 역시 의료계 앞에 놓인 현안들을 적극적으로 방어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자신을 향한 의혹들을 하나하나 해명하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노환규 “추무진 회장의 정서는 우리와 다른 것 같다”
회원들의 성토가 이어지던 가운데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추 회장을 향해 “(한방문제와 관련) 회장의 정서가 회원들과 다른 것 같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의료일원화의 의미가 과거와 달리 한의사들에게 동등한 면허를 주자는 것으로 퇴색한 만큼 ‘의료일원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자신의 주문에 동의하고도 “소정의 교육을 통해 면허를 주면 된다”는 의협 고문의 발언에 동의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 노 전 회장의 주장이다.
특히 추 회장이 토론회 중 “활동 의사들의 수가 한의사의 5배에 이르는 상황에서 흡수통합이 충분히 가능한데 회원들이 너무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맹렬하게 비난했다.
비록 추 회장이 실언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지만 그는 “회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흡수통합”이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교육의 흡수통합이고 면허의 흡수통합은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실손보험 청구책임 이관 등의 현안을 목전에 두고도 의협 집행부가 너무나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실손 보험 규모가 공보험 만큼 성장해 가입자수가 35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건강보험처럼) 정부의 일방적인 삭감에 저항할 도리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 위기를 계속 알리고, 힘을 결집시키고, 저지할 방법을 함께 강구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평온한 가”라고 힐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지난 12월로 예정됐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방침이 보류된 데에는 의혁투 최대집 공동대표와 한의사 김필건 회장의 공이 있었다며 최 대표에 대한 윤리위 회부 논의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나아가 오는 18일로 예정된 의료일원화 토론회에 대해서는 “절대 불참하길 바란다”며 “좌훈정 전 감사가 지적했듯이 한방에 크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노 전 회장에 앞서 좌훈정 전 감사를 비롯한 참가자들 다수가 현 의료일원화 논의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사용의 한 줄기라며 토론회 불참을 요구한 것을 재차 확인한 것.
노 전 회장은 심지어 “이용당하고 있는 것에 일말에 고의성이 있는지 의심될 정도로 줄곧 이용당해 왔다”며 “이번에도 또 참석한다면 또다시 이용을 당할 것이고, 진정성에 의구심 정도가 아니라 강력한 반감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현안 협의체 및 의료일원화 토론회 불참 촉구
노 회장의 주문처럼 참석자들 대부분은 의료현안 협의체나 의료일원화 토론회가 ‘협의’를 빌미로 한의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상대적으로 협의체에 참여함으로써 일방적으로 한의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순기능을 제시한 집행부나, 자율 경쟁을 통해 한의사들을 도태시키면 된다며 협의체 참가에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용만 당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특히 의료일원화 토론회는 일반 국민들에게 ‘한의사들도 의사와 같은 면허를 갖게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의사들도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문제 없다’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평의사회 이동욱 공동대표와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김장일 부의장 등은 즉각적인 협의체 탈퇴와 18일로 예정된 토론회 불참을 주문했다.
회원들의 거듭된 주문에 처음에는 “회원들의 뜻을 물어 결정하겠다”던 추 회장은 노환규 전 회장까지 거들고 나서자 “오는 18일로 예정된 토론회에 의협 대표는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투쟁한다고 해결 가능한가? 자괴감도
집행부에 대한 성토와 답변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그간 의계가 대정부 투쟁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쌓인 패배의식도 여실히 드러났다.
의약분업으로 시작해 노환규 전 집행부가 추진했던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총 파업까지 수차례의 투쟁을 거듭했지만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 참가자는 집행부를 성토한 노 회장을 향해 “총파업까지 했지만, 원격의료를 막아 지금 그에 대한 이야기가 멈췄느냐”고 따졌다.
의협 집행부에 대한 불신만을 늘어놓고 자중지란하는 상황에서 이미 방향을 잡고 강행을 천명한 정부의 의지를 막아낼 수 있겠냐는 토로로, 자중지란보다는 방향을 잡으라는 충고다.
이에 집행부와 비대위 역시 지난 투쟁과정에서 성과가 거의 없었음을 지적하며 성토보다 투쟁의 방법론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러한 집행부와 비대위의 발언에 이동욱 대한평의사회 공동 대표는 “그렇게 자신이 없으면 비대위원장이나 회장을 사퇴하라”며 “왜 그렇게 자신없는 모습을 보이느냐”고 질책했다.
회장이 앞장서 의지를 보여야 회원들이 믿고 따를 것이란 주문으로 그는 “회장은 절박한 사람이 나서야 한다”면서 “그 자리에 있겠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안된다”며 확실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회장으로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시든지, 그렇지 않고 의협회장자리가 힘드시면 내려오시라”며 “이 자리에서 원격의료가 입안되거나 통과되면 즉시 사퇴한다는 각오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김장일 부의장 역시 “회장이 겁을 내고 있는데 무슨 투쟁방안을 논의하느냐”며 “투쟁에 앞장 설 것인지 아닌지 의지를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리더이고 수장인 회장이 먼저 각오를 보이고 회원들에게 불을 질러야 하는데, 한번도 각오를 보인 적이 없다”며 “그래서 회원들이 등을 돌리고 각자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앞장서서 목숨을 걸고 막겠다는 각오를 보여야 이사도 따르고, 시도의사회장과 민초의사들도 따른다”면서 “그런 각오가 없다면 회원들이 몸 다치지 않고 초야로 가도록 도울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한 좌훈정 전 감사도 “지도자의 의지와 각오가 중요하다”며 “우리 회원들이 집행부와 회장을 욕하지만 결국 집행부와 회장이 나서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다”고 집행부와 추무진 회장의 각오를 주문했다.
이어 “집행부가 각오를 보이면 회원들은 싫어도 문을 닫는다”며 “추 회장이 ‘원격의료 관련법안이 상정되면 총 사퇴하겠다’고 밝히면 우리도 동참하겠다”고 집행부가 확고한 입장을 밝혀주길 당부했다.
◆실손보험 청구책임 이관 및 비급여 현황조사, 회원에게 알리라
이날 토론회의 핵심 주제는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이었지만, 최근 불거진 실손보험 청구책임 이관과 비급여 현황조사에 대한 주문도 쏟아졌다.
노 전 회장이 지적했듯이 실손보험 청구책임 이관으로 심평원이 막강한 ‘삭감’ 권한을 휘두를 것이란 우려와 저수가로 인해 비급여로 연명하고 있는 의원들이 심각한 통제와 난도질 앞에 놓일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대한평의사회 이동욱 공동대표는 “여러 회원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은 굉장히 심각하게 느끼는데 집행부는 아주 여유롭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며 “회원들에게 (심각한 문제임을) 알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사회 김장일 부의장도 “정직하게 회원들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회장은 알리지 않는다”면서 “회원에게 알리지 않으면 어떻게 방법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막느냐”고 따져 물었다.
◆추무진 “회원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참석자들의 거듭된 질책에 추무진 회장은 지적된 사항들을 하나하나 해명하면서 “여러분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우선 18일로 예정된 의료일원화 토론회는 시기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의협 대표를 보내지 않겠으며, 재논의키로 한 의혁투 최대집 공동대표의 윤리위 회부 건도 회원들의 뜻을 따르되 상임이사회의 결정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뜻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회원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소통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추 회장의 답이다.
그러나 집행부가 회원들에게 현안을 알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든 결정은 의견을 수렴하고 상임이사회의 결정으로 한 것”이라며 “모든 사항을 회원들에게 알리지는 못하지만, 의견수렴이 필요할 때에는 모든 공식 산하단체에 의견수렴을 하도록 되어 있다”고 항변했다.
특히 의료현안협의체 의제도 서면을 통해 통보했다는 점을 분명히하며 실손보험 청구책임 이관이나 비급여 현황조사 등도 굉장히 신경을 쓰고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위기성에 대해서는 참가자들의 지적처럼 회원들에게 더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항상 회원들에게 알려드리는 것이 부족하다 하셔서, 홍보문제를 더 논의해 소통문제를 해결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집행부에 의지문제를 강력히 말씀하셨는데, 이 문제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힘없는 제가 나서서 악악대는 것보다 이런 회원들의 뜻이 있다는 것을 받고나가야 힘이 생긴다”며 “비대위의 투쟁과 여러분들의 말씀이 힘이 되어 집행부가 대정부, 대국회 활동에 힘을 받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광래 비대위원장은 “다시 이런 자리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열 생각”이라며 “앞에 서서 회원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이 회원들의 바람인 것 같다”고 총평했다.
이어 “회의가 값지게 진행된 것 같다”면서 “오늘 나온 이야기들에 대해 회의해 보고 답을 드릴 수 있는 것들은 답을 드리도록 하겠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