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의협의 '탈' 벗어야 생존"

〔인터뷰〕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김건상 소장

2005-01-11     의약뉴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 의료정책연구소 김건상 소장(60)이 위험(?)한 발언을 했다.

김 소장은 1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정책연구소가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의협의 탈을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소가 특정 단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연구만 진행하면 한계가 있다"면서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의협의 탈을 벗어야 하고, 이같은 내용을 김 회장에게 언급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구소는 씨를 뿌려서 곡물을 생산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그 곡물로 술을 빚든 밥을 짓든 그것은 집행부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또 최근 한방병원의 CT 촬영 판결과 관련 "문구에 얽매인 판결"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CT가 문명의 이기여서 누구나 촬영해도 상관없다면, 자동차를 면허증 없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전제한 뒤 "한의사가 CT를 촬영하려면 충분한 교육은 물론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김 소장은 이밖에도 향후 의료정책연구소의 운영방침과 관련 "연구소가 회원들의 자비로 운영되는 만큼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며 "오는 7월경에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요약해 회원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구소장에 임명된 배경은.

지제근 전임 소장이 자리를 비운 뒤로 5개월이나 공석이 됐다. 김재정 회장으로부터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손사래를 쳤다. 나는 정책전문가가 아닌 탓이다. 그러나 결국 내가 맡았다. 능력이 부치더라도 누군가는 연구소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신임 연구소장으로서의 부담감은.

지난 2002년 7월 출범한 뒤 회원들의 회비가 30억원이나 투입됐다. 그간 뚜렷한 연구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부담이다. 회원들이 연구소의 역할에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자극제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양면성이 있다.

현실적인 문제도 없지 않다. 연구소내 중년급 연구원의 이직률이 높다. 또 연구자 입장에서는 평생직장으로서 부족한 면이 있다. 다시 말해 특정 단체의 입맛에 맞는 연구를 해야 하고, 장래보장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연구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는 연구소장에게도 짐으로 다가오는 일이다.

▲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연구소의 기능은 의협 집행부가 정책 판단을 내리면 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정부 주도의 보건의료정책을 견제하는 한편 의료계 스스로 정책 대안과 장단기 과제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무기 자체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손발을 맞춰갈 조정실장역에 조수원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아직 내부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이미 김 회장의 내락을 받은 상태다. 조 교수의 주 관심사는 환경이지만 정책분야에도 밝다. 조 교수와 내가 연구소를 주 4일 이상 지킬 것이다. 그와 함께 할 작업이 바로 씨를 뿌리고 곡물이란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연구소의 향후 운영방향은.

연구소에는 운영위원회와 연구위원회가 있다. 운영위원회의 경우 구성원이 40명이나 된다. 따라서 간단한 사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소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다. 물론 전체 운영위원회는 매해 2년씩 개최토록 규정돼 있는 만큼 중대 사안을 사후 추인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겠다.

연구위원회는 현재는 축소된 상태다. 앞으로는 이를 활성화시킬 작정이다. 연구를 완료하면 이를 평가하고, 연구원의 연구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것이다. 이처럼 연구소의 양쪽 바퀴를 잘 굴리면 복잡한 매듭도 순조롭게 풀릴 것으로 믿는다. 조만간 연구소의 운영방향과 관련된 워크숍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오는 7월경에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요약해 회원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연구결과에 대한 회원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말이다.

▲연구소장으로서의 각오는.

그동안 회원들의 자비가 30억원이나 투입됐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특히 의협에 힘이 실리는 정책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당장 입에 맞는 떡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처사다. 시간을 두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한가지 맹점은 연구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회원들의 '정서'에 먼저 연구소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그 이후에야 인력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