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신청 아청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눈길
법원, 직업 자유 침해 판단...헌재서 판가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중 취업 제한 조항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진다. 특히 의료법상 의료인도 취업 제한 대상으로 포함돼 있어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서 헌재의 판단이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
인청지방법원 행정2부는 최근 의사 A씨가 아청법 제56조 제1항과 제58조 제2항에 대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였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재판 중인 소송 사건에 대해 법원이 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해 줄 것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된 아청법 제56조 1항은 성범죄를 저질러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 제외)는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시설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의료법상 의료인을 포함하고 있다.
이어 제58조2항은 제56조1항을 위반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의 운영자에게 중앙행정기관장이 폐쇄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의사 A씨는 지난해 보톡스 시술을 받기 위해 찾아온 여성 환자의 가슴을 만진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벌금 5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자 인천시 남동구청장은 지난 7월 A씨가 운영하는 병원의 폐쇄를 요구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남동구청장의 폐쇄요구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자 지난 8월 ‘폐쇄요구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성범죄자가 아동·청소년 관련시설을 운영하거나 관련시설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억제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조가 하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성범죄자가 어떤 직업을 선택할 수도 없도록 하는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라 현재 제1호 내지 17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설·기관 및 사업장인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할 권리는 예외없이 모두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의사라는 직업군의 경우 의료기관에의 취업 및 의료기관의 운영 외에 다른 방법으로 그 직업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의사의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잉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등록정보 공개·고지 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개·고지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규정과 전자발찌 부착명령도 일정 성폭력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서만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청법 조항은 성범죄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음에도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침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 사건 법률 조항은 성범죄의 구체적인 행위태양이나 불법성의 정도,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아동·청소년 관련시설 등에 취업 등을 제한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의 폐쇄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교적 경미한 성범죄나 성인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은 이들에 대해 예외적으로 달성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