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할인도 '리베이트' 면허정지 정당
서울고등법원...인지 못했다는 주장 일축
의약품 가격을 할인 받아 공급받았을 뿐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의사에 대해 법원은 리베이트가 맞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의사는 의약품을 할인받은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A씨는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돼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B제약사의 영업총괄부장도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벌금 1000만원에 처해졌다. 복지부는 A씨가 의약품을 할인받아 부당하게 구매했다며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B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사용을 청탁받고 그 대가로 매매대금을 할인받기로 약속한 사실이 없고, 의원의 간호팀장이 B제약사와 의약품 할인에 관한 사항 등을 협의했으므로 의약품을 할인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약품 사용을 청탁받은 사실이 없고, B제약사에서 납품하는 수면마취제가 편리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많이 사용한 것일 뿐 청탁에 의해 이 의약품을 많이 사용한 게 아니다”라며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B제약사가 판매하는 의약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이 사건 의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면서 가격을 할인해줬는데 의약품 채택·처방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는 A씨가 이러한 사정을 전혀 몰랐다면 B제약사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B제약사와 협의한 간호팀장을 통해 의약품 할인 등에 대해 알려줬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팀장이 독자적은 B제약사로부터 공급받은 의약품 할인조건을 협상했다기 보다는 이 사건 의원 내부의 절차를 거쳐 이러한 조건으로 협상하고 대금을 지급했다고 보는 점이 합리적이다”며 “A씨는 의약품을 할인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의 생각도 1심 재판부와 같았다.
2심 재판부는 “B제약사가 A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의약품을 판매하면서 A씨에게 별도로 금품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의약품의 판매가격 자체를 할인해준 사실인 인정되기는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는 의료행위가 가지는 고도의 공공성을 감안해 의료인으로 하여금 직무와 관련해 높은 청렴성을 유지하도록 해 의료행위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라며 “이 조항은 의료인이 직접적인 금품 수수행위 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경제적 이득 행위 역시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A씨는 B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할인해준 금액 상당의 지급의무를 면하는 경제적 이익을 누리게 됐고, 이는 A씨가 일단 B제약사에 물품대금 전액을 지급했다가 할인액 상당을 되돌려 받은 경우와 달리 볼 수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의료법에서 정하는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