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사도 되는 당직의료인, 간호사는 ‘유죄’

법원따라 엇갈린 판련...의료법 제18조 논란 점화

2015-10-30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당직의료인으로 의사를 두지 않고 간호사만 뒀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법원마다 이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최근 당직 의사를 두지 않은 협의로 기소된 A요양병원 B원장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B원장은 지난해 6월 24일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야간 당직 의사를 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둬야하지만 A요양병원에 약 130여명의 입원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지 않았다는 혐의다.

이에 B원장은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에 따라 당직의료인을 자체 기준에 따라 배치할 수 있는 것이므로 병원 외부 도보 4분 거리에 있는 주거지에 머물면서 응급호출에 대기하는 방법으로 당직의사를 배치한 이상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A요양병원에는 당직간호사 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는 것도 B원장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B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재판부는 ‘법률이 아닌 하위규범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할 때는 반드시 법률에서 이를 하위규범에 위임한다는 것을 명시해야만 가능하다’고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법리에 따라 살펴볼 때 의료법 제41조는 당직의료인을 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당직의료인의 수, 당직의료인의 자격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고, 당직의료인의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위임한다는 규정 또한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에서 병원의 규모에 따라 배치해야 할 당직의료인의 수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의료법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규정했다”며 “법률이 하위법령에 전혀 위임하지 않고 있는 사항에 대해 마치 법률의 위임을 받은 것처럼 하위법령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사항을 직접 상세히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의료법 제90조 규정에 따라 ‘당직의료인을 두지 않은 의료기관’을 처벌할 수 있지만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에서 정한 ‘당직의료인 수’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병원에는 간호사 3명이 당직의료인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며 “피고인이 이 같이 당직의료인을 배치한 이상 의료법 제41조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고, 의료법 시행령에 규정된 당직의료인 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최근 부산지방법원에서는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당직의료인으로 세운 병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부산지법 제3형사부는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의사 C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C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 응급환자와 입원환자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으로 의사 1명, 간호사 2명을 둬야함에도 불구하고 2012년 3월 5일부터 17일까지, 2014년 7월 1일부터 23일까지 당직의료인으로 간호사를 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41조는 각종 병원에 당직의료인을 둬야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당직의료인의 구체적인 수에 관해 대통령령 또는 하위 규범에 어떤 위임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은 모범의 위임없이 당직의료인 수를 규정하고 있어, 이는 법률의 구체적 위임없이 대통령령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이와 또 상반되는 판례도 있다.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

의정부지방법원은 D요양병원을 운영하는 E씨가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E씨는 D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의료법에 따라 당직의를 뒀다. 그런데 당직의가 병원에 상주하지 않고 도보로 5분거리에 있는 인근 숙소에 대기하면서 당직업무를 수행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검찰은 E씨가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했고 1심에서 벌금형(100만원)이 선고되자 A씨는 즉각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E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직의료인이라 함은 병원에 상주하면서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의미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실제로 지난해 5월 경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 B요양병원에 출동했을 때에도 간호사 1명만이 근무를 했고, 2~3시간이 지나도 의사는 출근하지 않은 점을 볼 때 B병원에 당직의를 두지 않은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리오해를 했다는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은 당직의료인의 배치기준에 관한 예외를 규정하면서 대상을 요양병원이 아니라 정신병원, 재활병원, 결핵병원 등으로 특정하고 있는데 이들 병원은 각각 정신보건법, 장애인복지법, 결핵예방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시설로 요양병원의 범위와 일치하거나 유사한 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요양병원에서 입원환자의 급박한 진료에 대응하는 방법 및 정도 등이 정신병원, 재활병원, 결핵병원 등에서 방법 및 정도 등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요양병원이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에서 정한 병원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