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조합원ㆍ출자금 대납, 의료생협 '철퇴'

서울행정법원...설립인가 취소처분 인정

2015-10-26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제대로 된 조합원이 없고, 출자금마저 대납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 대해 법원의 철퇴가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최근 A의료생협 대표 B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설립인가 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는 지난 2011년 3월경 설립동의자 수 408명과 출자금액 3040만 7000원에 의료생협을 설립인가를 신청하고 4월 조합설립등기를 마쳤다.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은 2012년 10월경 서울시에 B씨가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생협을 등기해서는 안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수사결과를 통보하면서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이후 검찰은 B씨가 출자금 대납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생협을 설립했다는 피의사실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지만, 검찰은 최종적으로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B씨가 조합원 1인의 출자액수를 초과해 출자금을 납부하고 의료생협을 설립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소비자생활협동보합법에 의할 때 조합원 1인의 출자좌수 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의 대상일 뿐 형사처벌 대상은 될 수 없다고 본 것.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B씨가 자신이 출자금을 납부했음에도 조합원들이 납부한 것처럼 꾸몄다며,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인가 취소처분을 내렸다.

서울시의 처분이 내려지자 B씨는 “일반조합원 399명 및 임원 9명 모두 1000원 또는 600만원, 600만 1000원을 실제로 납부했고 이에 대해 출자금납입증명서를 발급했다”며 “특히 모 이사와 감사는 자신의 돈으로 직접 출자금을 납부했고, 또 다른 이사는 출자금을 각 차용해 납부했기 때문에 다른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대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출자금 대납은 과태료 부과대상이지 설립인가 취소사유로 볼 수 없고 시정조치명령을 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설립인가를 취소했어야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는 모 이사들에게 출자금을 빌려줘 이를 각자 자신의 부담으로 의료생협의 출자금을 납부했다고 주장하지만 B씨는 이들에게 각 출자금에 해당하는 돈을 실제로 교부한 사실이 없고, 출자금 대여에 대한 차용증이 작성된 바 없으며, 이에 대한 변제기나 이자에 관한 이야기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이사와 감사가 출자금을 납부했다는 계좌거래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고, 출자금을 모두 현금으로 납부했다는 주장 역시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1000원의 출자금을 납부한 것으로 되어있는 조합원들 역시 이를 납부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으며, 몇몇 조합원은 경찰조사에서 출자금 1000원을 납부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 외에 조합원 407명이 A의료생협 설립인가 당시 설립동의서를 제출했고, 출자금납입증명서를 지급받은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는 A의료생협 설립인사를 위한 조합원 수 및 출자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그 명의만 B씨에게 대여해준 것으로 실제로는 B씨가 이들의 출자금 모두를 실질적으로 납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가 조합원의 명의를 빌려 출자금 전부 또는 대부분을 납부하는 방법으로 설립인가를 받은 행위는 과태료 부과 규정과는 관계없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설립인가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A의료생협을 의료생협으로서 활동하게 한다면 소지자생협 제도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데 악용될 위험이 지나치게 커지게 된다”며 “설립인가 취소처분이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했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