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법, 현실과 동떨어져
의료계 “안전관리에 정당한 수가 인정해야”
2004-12-11 의약뉴스
식약청은 10일 이 법의 시행에 앞서 ‘인체조직법령 안내를 위한 민원 설명회’를 개최했다.
‘인체조직안전및관리등에관한법률’은 지난 1월 국회가 제정한 것.
지금까지는 의료기관이나 조직 수입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인체조직을 채취ㆍ수입한 후 식약청의 안전성 평가를 거쳐 이식에 사용하거나 병원에 공급해왔다.
그러나 관리법령이 없어 무분별한 업체가 등장해도 손을 쓰지 못하고 이식재를 통한 에이즈, 간염 등 치명적 질병들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됐다.
이날 설명회에는 인체조직은행을 운영하고자 하는 의료기관과 수입업소, 조직가공의약품생산업체 등 인체조직과 관련된 의료계 인사들이 참석, 조직은행 설립에 따른 현실수가 반영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민원설명회에 참석한 ‘한국조직은행연합회’의 강용구 교수는 인체조직의 안전관리를 강조하면서도 “ 이 법의 제정으로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 기분”이라며 “정당한 수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보험수가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는 또 “현재 인체조직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보험수가가 조정되지 않으면 조직은행을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조직이식학회의 한 관계자는 인체 조직의 급여기준이 까다로운 것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 우리가 남는 뼈들을 모아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수입조직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 수입품은 급여 대상이 아니라 400~500만원에 달하는 돈을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 보험수가가 반영되지 않아 수혜자가 아닌 조직 기증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균감염검사료를 부담하는 불합리한 경우도 발생한다” 며 “법 제정도 좋지만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너무 서둘러 만들어진 느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 이 법에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 우리도 작년, 이 법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국회에서 갑자기 통과돼 적잖이 놀랐다” 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또 “그러나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내년까지 식약청과 협의를 계속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 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 일각에서는 “차라리 조직은행을 혈액은행처럼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날 설명회에서는 수가반영문제 외에도 ▲화상 환자처럼 응급을 요하는 환자에게 제공할 조직까지도 까다로운 검사와 서류를 갖추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의 여부 ▲법에서 정의한 인체조직(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건, 심장판막, 혈관)에 포함되지 않는 조직의 관리 문제점 ▲이 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조직가공의약품의 원재료 수입시 발생하는 관리주체의 모호함 ▲조직이식으로 환자가 질병에 감염되었을 때 처벌 대상의 모호함 등이 지적됐다.
한편 이 법에 따르면 조직은행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ㆍ장비ㆍ인력ㆍ품질관리체계 등을 갖추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의료법 제 3조의 규정에 의한 의료기관 ▲조직에 관련된 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 ▲조직가공처리업자 ▲조직수입업자만이 조직은행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의약뉴스 박미애 기자 (muvic@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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