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결과로 말할 뿐"
정헌택 교수, 분쉬의학상 수상
2004-11-26 의약뉴스
정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천식, 피부질환 등 자가 면역 질환의 유전학적 특성과 면역계 세포 기능의 조절 및 방어능력 등에 관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결정됐다.
정 교수는 이날 수상소감을 통해 "연구자는 출신이나 경력이 아닌 결과물로 평가받을 뿐"이라면서 "정부나 각 단체의 연구비가 실질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연구자에게 지원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초의학을 기피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제적 이유"라면서 "그러나 기초의학의 버팀목 없이 임상 등 관련분야가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향후 계획과 관련 "면역조절을 통해 많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면서 "2∼3년내로 기초연구가 끝나고 응용연구 단계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면역질환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내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인 1970년도 전반에 생물학의 꽃이 면역학인 것을 미국과학 대중지인 Scientific American" 이라는 월간지를 보고 알았다. 의학을 통한 인류에의 공헌이라는 목표에 그 당시 가장 활발히 발전하고 있던 학문 분야를 연구하면 더 쉽게 이를 수 있겠다고 생각해 면역학을 전공하게 됐다. 당시에는 면역학이라는 교과목이 의과대학에 조차도 없었다. 따라서 미생물학 교과서의 한 두 장으로 돼있는 혈청학으로 면역학을 배웠고 면역학을 연구하려고 미국에 계신 하대유 교수가 귀국, 전북의대로 옮겼기 때문에 나도 졸업 이후 곧바로 전북의대로 옮겨서 면역학을 공부하게 됐다.
▲최근 활발히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간의 연구업적을 설명해달라.
연구는 모두 면역조절을 이용한 질병의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70년부터 1985년까지는 면역억제세포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면역억제세포의 연구가 세계적으로 잘못된 가정하에 이루어진 허구라는 판정을 받게 되어 1990년까지는 피부면역학의 일부인 광면역학을 연구하여 자외선의 면역조절기전을 연구했다. 1991년부터는 일산화 질소(NO)가 면역계에서 하고 있는 일을 규명하고 천연식물이 생체에서 NO를 분비하여 면역조절에 관여하는 것을 밝혔다.
2000년에 접어들면서 일산화 탄소(CO)가 면역반응의 조절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규명하던 중 70, 80년대에는 사그라진 면역억제세포가 면역조절 세포로 각광을 받게되자 내 연구는 면역조절세포의 면역조절기전에 햄옥시게나제(heme oxygenase)에서 유리되는 CO가 중추적인 면역억제분자임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연구는 면역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천식, 류마티스성 관절염등 자가면역질환의 치료뿐만 아니라 암이나 감염 혹은 당뇨병등 만성적 불치병이라고 알려진 질병들의 치료에도 획기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해외에 더 많은 논문을 발표하는 이유는.
해외에 발표된 논문 수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내잡지에도 많은 수의 논문이 발표됐다. 단지 해외에 전문잡지가 더 많기 때문에 많이 발표된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국내에는 2개 정도의 면역관련 잡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해외에는 약 20개의 면역관련 잡지가 있다. 저는 최근 5년간 약 200 여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이 중에 10%는 국내에서 발표됐다. 해외에서 발간되는 잡지의 게재를 선호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내에서 발간되는 잡지 중에서 면역학 실험을 게재할 수 있는 잡지는 SCI에 아직 등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논문을 통해 발표한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
면역조절에 있어 생체에서 만들어진 일산화 질소(nitric oxide: NO)는 면역반응의 조절에 관여할 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효과분자로도 작용하고 있다. 즉 대식세포가 NO를 생성해야만 가장 독성이 큰 병원미생물이나 암세포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NO를 면역세포가 생성할 수 있게 조절하는 것도 감염 병의 예방이나 암의 면역요법에 중요하게 쓰이게 된다.
면역계는 방어기능이 있어 신체를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NO 등을 생성하여 보호하고 있지만 침입자가 없는 상태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날 경우 자가면역반응이 일어나 신체에 손상을 주는 자가면역질환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일산화탄소(carbon monoxide: CO)는 이같은 면역반응을 잠재워 과잉면역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자가면역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다.
▲향후 연구계획은.
의과대학에 다닐 때는 면역학의 발전과 비전에 꿈을 두었고 면역학을 전공하고서부터는 생동적인 면역학적 작용기전에 매력을 느껴 살고 있다.
다행히 면역학에서 가장 많은 질병의 치료에 응용될 수 있고 최근 가장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말초 면역 반응의 조절을 맡고 있는 면역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Treg)의 작용기전 연구에 있어서 햄옥시게나제 (hemoxygenase-1; HO-1)가 면역조절 분자임을 밝히고 있는데, 이런 결과가 류마티성 관절염등 자가면역질환 및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면역기전의 이상으로 초래되는 질병의 치료에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쓰여 많은 면역질환 환자의 고통이 감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