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부와 복지부의 이원화 바람직하다
정부부처 가운데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이원화 하자는 의견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주장은 제약업계나 다른 보건단체들도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가시적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점화된 부처 이원화 주장은 국회토론회를 통해 이론적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기회도 잡았다.
최근 국회는 ‘메르스 사태, 어떻게 수습하고 무엇을 할 것 인가’ 하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정의화 의장, 신상진 국회 메르스 특위위원장,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수장이 참여했다.
먼저 정의화 의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얼마 전 황교안 총리가 취임한 뒤에 의장실에 왔을 때 대한민국 보건복지부는 있지만 보건은 없다고 말하면서 최소한 보건부 차관을 한 사람 더 둬야한다는 걸 염두에 두라고 말했다”고 한 사실을 밝혔다.
부처가 이원화 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보건을 전담할 차관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지는 대목이다. 이 정도 대화라면 적어도 정부에서도 부처 이원화나 보건담당 차관 신설은 확정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하다.
정부나 국회의 이런 정책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보건보다는 복지 쪽에 치우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후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소나기 지적을 받아 왔던 것이다.
뒤늦은 감이 있으나 소 잃고 라도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의지는 높게 평가해야 마땅할 것이다. 정의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공공의료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정치인과 국민들의 시각이 바뀌어야한다”며 “그동안 국립대학병원, 국립의료원, 각 시도에 있는 의료원에 대해 이익을 내라, 이익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다그쳤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료기관을 15% 수준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강조했다. 메르스 사태가 언제 재연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평소에 대비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
의료계가 더 이상 금전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곳이 돼서는 안 되고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 등의 대우는 최소한 수도권의 일반직에 있으신 분들과 같은 수준이 되어야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국민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의료의 수준은 중진국 수준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감기만 걸려도 서울대병원, 몸살만 걸려도 삼성병원으로 가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모든 의료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충고의 말을 잊지 않았다.
정의장의 이 같은 발언에 의협 추무진 회장도 힘을 보탰다. 추무진 회장은 “의협과 병협은 고민 끝에 보건부의 독립을 제안했는데 이는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재난에서 국가 조직은 신종 감염병 대응이 미흡하고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등 전문성에 한계를 보였기 때문” 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추구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를 독립해 위상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도 “메르스 최초의 환자는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다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전문의사의 집요한 관찰과 지식으로 확진이 됐다”며 “그 확진을 통해 역학조사관들은 역학조사를 하고 방어막을 쳐서 관리체계에 들어갔지만 진단이 조금 늦었다거나 진단을 못했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사태가 왔을 것”이라는 사실을 먼저 상기했다.
이어 박 회장은 “메르스가 스치고 간 병원의 피해는 뼈가 저릴 정도인데 그런 아픔이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며 “글로벌 전염병에 있어 우리 정부는 어떠한 지휘체계를 갖출 것인지, 재난의료에서 진료 인프라 구축 및 감염관리 체계를 위한 병원 체제 개선이라는 주제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회의장은 물론 의원과 병원의 대표들도 이구동성으로 보건부와 복지부의 이원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 보건복지위원회 김춘진 위원장이 보건부와 복지부를 이원화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여서 조금 안심이 되는 측면이 있다.
법안이 통과돼 이원화가 되면 역대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개 보건 분야 전문가보다 복지 분야나 경제 관련 관료 출신이 많아 보건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원화가 전가의 보도가 될 수는 없다. 이원화가 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원화는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무방비 상태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제약업계도 현재의 보건복지부가 보건 분야보다 복지 분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고, 제약산업에 대한 시각도 규제 위주로만 생각해 어려움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된 역할 구분과 정립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민은 물론 전 세계 보건당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은 메르스 사태가 앞으로 닥쳐올 더 큰 재앙을 막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도 보건부와 복지부의 이원화는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의약업계의 판단이다.